5년 암흑기 청산…'대팍' 개장 후 첫 포스트 시즌

31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정규시즌 1위 결정전 kt wiz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kt에 1 대 0으로 패한 삼성라이온즈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삼성라이온즈가 6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은 실패했지만 지난 5년간의 암흑기에서 벗어났다.

비록 1위 결정전에서 아쉽게 패하며 정규리그 2위에 머물렀으나 지난 5년간 9-9-6-8-8위를 고려하면 준우승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삼성은 3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위즈와의 1위 결정전에서 상대 선발 쿠에바스의 호투에 밀려 0-1로 패했다.

선발 원태인 역시 6이닝 1실점의 눈부신 피칭을 선보였지만, 상대의 창단 첫 우승에 대한 집중력이 조금 더 높았다.

시즌 시작과 함께 삼성은 오재일과 최채흥 등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선두권 경쟁을 펼쳤다.

원태인이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새로운 토종 에이스의 탄생을 알렸고 새로 합류한 피렐라의 화이팅 넘치는 플레이가 팀 상승세를 이끌었다.

5월 본격적인 상위권 경쟁을 펼쳤지만 기대를 모았던 라이블리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3위로 다소 처졌다.

라이블리에서 몽고메리로 외국인 투수를 교체했으나 코로나19로 즉시 합류가 어려웠고 6월 부침을 겪으면서 4위로 마감했다.

7·8월 부상선수들이 복귀하고 백정현이 연승을 달리는 등 마운드를 탄탄히 지켰다.

뷰캐넌과 원태인이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3위를 유지한 채 여름을 넘겼다.

타선을 이끌던 피렐라가 다소 부진하면서 확실하게 승수를 쌓지 못했지만 9월 17일 2위 자리를 탈환, 본격적인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10월 23일 마침내 KT를 끌어 내리고 선두로 올라섰지만 이후 경기에서 승수 쌓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타이브레이크까지 갔다.

올해 삼성의 눈부신 도약은 투수진의 각성이 가장 큰 힘이 됐다.

2년차를 맞은 뷰캐넌이 16승으로 다승 공동 선두를 차지했으며 백정현과 원태인이 각각 14승을 거뒀다.

방어율도 백정현이 2.63으로 리그 2위며 원태인 3.06, 뷰캐넌 3.10 등 3명 모두 에이스급 활약을 펼쳤다.

이닝이터의 면모도 보여 뷰캐넌이 177이닝을, 원태인이 158.2이닝, 백정현이 157.2이닝을 책임졌다.

최지광을 비롯해 심창민, 이승현 등 믿었던 중간 투수들이 기복이 있는 모습을 보였고 장필준도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지 못했다.

이들의 부진을 만회한 것은 끝판왕 오승환과 우규민 노장 듀오였다.

오승환은 64경기에 출전, 44세이브를 올렸으며 블론세이브는 1개에 불과했다. 방어율도 2.03으로 안정감을 보여줬다.

우규민 역시 확실한 필승카드의 위력을 선보였다.

60경기에서 3승 3패 2세이브, 홀드는 무려 24개를 기록했다. 시즌 초 ‘미스터 0’로 불리며 단 1점도 주지 않는 철벽 계투로 팀의 허리를 책임졌다.

부상 복귀후 선발로 제대로 활약하지 못한 최채흥은 정규리그 막바지 불펜으로 전환, 새로운 필승조로 팀이 공동 1위를 차지하는데 힘을 보탰다.

타선에서는 새 얼굴들의 활약이 선두권 싸움을 펼친 원동력으로 꼽힌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야심 차게 FA로 영입한 오재일은 비록 부상으로 팀 합류가 조금 늦었지만 25개의 홈런을 날리며 삼성의 투자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타율 0.285, 97타점으로 피렐라와 함께 팀내 타점 공동 1위에 올랐으며 안정된 1루 수비로 내야 수비를 안정화 시키는데 기여했다.

피렐라는 올 시즌 삼성의 가장 큰 히트상품이다.

오재일이 국내 무대 검증된 선수라면 피렐라의 활약은 변수에 가까웠다.

다행히 피렐라는 시즌 초부터 무서운 방망이를 과시했고 지독한 승부욕을 선보이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타율 3할 이상은 물론 시즌 중반까지 홈런왕 싸움을 펼치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

비록 후반기들어 발바닥 부상과 체력 저하로 주로 지명타자로 기용되고 전반기보다 활약이 줄었지만 결정적일 때 한방을 보여줬다.

최종 타율 0.286, 팀내 가장 많은 29개 홈런을 때려 냈다.

여기에 강민호가 삼성 합류 후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0.291 타율에 18개 홈런, 67타점으로 4번 타자의 역할을 수행한 것은 물론 젊은 투수들을 이끌며 든든하게 안방을 지켰다.

구자욱도 팀내 가장 높은 0.306의 타율을 거뒀으며 22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88타점으로 팀내 3위며 한 베이스 더 가는 기동력으로 2루타 30개, 3루타 10개를 기록하는 등 전천후 활약을 이어갔다.

부상 투혼을 펼친 캡틴 박해민과 작은 거인 김지찬도 이학주를 대신해 유격수 자리를 탄탄히 지키는 등 암흑기를 극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정규리그 우승은 내 줬지만 삼성은 오는 9일 예정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라팍’ 개장 후 처음으로 포스트 시즌을 갖게 됐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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