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등 SNS서 실시간 정보 공유하며 주유소 곳곳 줄지어 대기
운행 멈춘 지역단위 화물차량 발생에 매점매석·불법 개조 우려도
정부·지자체 대책 마련 분주…중국 외 생산국서 물량 확보 시급

디젤 엔진 차량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8일 오후 칠곡휴게소 주유소에 트럭들이 요소수를 넣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경북일보 독자
화물차 등 물류차량이 운행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연료 ‘요소수’ 대란이 일어나면서 각 지자체도 대응에 분주하다.

요소수는 디젤 엔진에서 ‘선택적 촉매환원’을 통해 매연을 물과 질소로 변화시키는 일종의 친환경 시스템을 구축한다.

요소수가 부족해지면서 벌써부터 전국단위로 갖가지 사회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과 호주 간의 ‘자원전쟁’에서 발발한 요소수 대란사태.

중국과 호주는 미·중수교(1979년)보다 7년 빠르게 수교를 맺었다.

지금으로부터 7~8년전만 해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4년 10월 고프 휘틀럼 전 호주 총리가 별세했을 때 ‘좋은 친구를 잃었다’고 애도하는 등 화기애애한 관계였다.

하지만 지난 2017년 토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출범하고 다음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집권하면서 양국간 갈등이 본격화됐다.

화웨이를 5세대 이동통신망 사업 입찰에서 배제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중국은 지난 2019년 3월 호주산 석탄과 보리·쇠고기·바닷가재 등 주요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전면전에 들어갔다.

호주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유래했을 것이라며 기원조사를 주장하면서 맞불을 놨다.

중국은 미국편에 선 호주에게 보복하기 위해 호주산 석탄 수입을 막으면서 ‘신경전’을 계속 이어갔다.

중국은 호주 석탄 제재 이후 전력난을 겪는 등 타격을 받았고 석탄 또는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요소수의 ‘요소’도 생산 위축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코트라는 올해 10월 둘째 주 중국의 요소 생산 가동률은 67.24%로 전년 동기 대비 5.6% 포인트 감소했다고 전했다.

매년 약 500만 t의 요소를 세계시장에 공급하는 중국과 관련, 우리나라는 인도에 이은 중국의 2위 요소 수출대상국으로서 ‘의존도’가 크기에 직접적인 자원부족현상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것.



△ 지자체마다 정부의 정식 대응 대책을 기다리는 입장.

경북도는 화물차량 등록대수가 2만7000대고 2015년식 이상 요소수가 필요한 화물차량은 1만1000대로 집계했다. 20대 이상 화물차량이 등록된 회사 232개로 잠정 추산된다.

요소수는 유로5(유럽연합의 배출가스 규제 기준)의 중간부터 SCR(선택환원촉매)라는 저감장치에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화물차량 등에 쓰이기 시작했다.

도는 자체 요소수 비축량이 현재로선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대형 회사들만 개별적으로 1~2주치 비축량이 있다고 했다.

대중교통·화물차·전세버스 등 필수 교통핵심 차량들을 대상으로 요소수 소요량을 조사 중이다.

도는 경북지역 화물업계 90% 이상이 지입제(이름을 회사로 하고 개인사업자로 운영되는 형태) 방식이어서 실제 회사와 차량 파악 사이에 격차가 발생한다고 애로점을 표출했다.

버스회사는 통계파악이 쉬운 반면, 지입제인 화물차는 통계 측정이 어렵기에 실제 더많은 화물차량이 요소수를 주입해야되는 차량일 가능성도 있다.

도에서는 아직까지 정부 중앙부처에서 내려온 대응 공문이 내려온 적이 없다고 했다.

관련 부처가 국토교통부·환경부·외교부로 손꼽히는데 도가 수시로 대응방향 등을 물어봐도 명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요소수 대란사태가 각 지자체의 지역적 현상이 아닌 국가적인 현상인지라 뾰족한 자체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다만, 주유소협회·화물협회 등에 비상사태시 협조를 구한다는 기초적인 공문만 보낸 상태다.

8일 요소수 대란으로 각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에서 요소수를 구하기 위한 화물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번호표 모습. 경북일보 독자
△주유소 곳곳 요소수 줄서기 행렬 이어져...수사당국, 요소수 매점매석에 대한 수사대응 주문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간의 괴리가 발생하는 사이, 화물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요소수 구하기에 매진하고 있다.

칠곡 등 각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통상 출구에 설치된 주유소를 기점으로 휴게소 입구까지 화물차량들이 잇따라 긴 줄을 형성하고 있는 상태다.

번호표 발급까지 이뤄지고 있다.

화물업계에 따르면 경유 승용차는 7000~8000㎞ 당 10ℓ(저장최대용량) 요소수를 투입해야 하고 경유 화물차는 400~500㎞ 당 40~50ℓ(저장최대용량) 요소수를 주입해야 한다.

화물차는 화물무게가 무겁고 장거리 주행을 하기에 연료소모량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과 포항 사이 거리를 주행할 시, 최소 1번 이상의 요소수가 투입돼야하는 셈.

화물기사들 사이에선 밴드 등 SNS를 통해 어느 주유소에 요소수가 들어왔다는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다.

그러나 요소수 부족의 심각성은 화물기사들 사이에서도 만연하다.

이미 전국단위 화물차량이 아닌 지역단위 화물차량은 지역에서 요소수를 구하기 어려워 운행이 불가능한 상태도 빈번한 것으로 파악됐다.

8일 요소수 대란으로 각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에서 요소수를 구하기 위한 화물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사진은 평택 제천 고속도로 상 천등산 휴게소. 경북일보 독자
이에 화물차량의 이동 불가능시 주차대란과 요소수 사용을 불필요하는 구형 화물차량의 화물단가 상승은 물론이고, 요소수를 사용하지 않도록 불법개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물차량 특성상 회사 차고지에 등록이 돼야만 인허가가 나는데, 업무의 편의를 위해 자가 인근 및 갓길에 불법주정차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요소수 부족으로 운행이 불가능해진 신형 차량들의 공백에 비춰 요소수가 없어도 운행이 가능한 구형 차량을 대상으로한 운송 단가 급상승도 우려된다.

경찰 등 수사당국은 벌써부터 경찰청 본청 단위에서 요소수 매점매석과 관련 문제 현상에 대해 수사대응하라는 공문이 일선 관서까지 전달된 상태다.



△중국 외 생산국의 물량 확보는?

정부는 호주와 베트남 등 중국 외 생산국가로 부터 요소수를 긴급 확보 중이다.

이번주 호주로부터 2만ℓ의 요소수를 수입했고 베트남에서도 3.7만ℓ분량의 요소수 구매도 추진중이다.

정부는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2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산업용 요소·요소수 수급 현황 및 대응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그러나 화물업계에서는 현재 확보된 요소수로는 ‘급한 불 끄기’에도 모자른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현 상태로는 길어야 3달정도를 버틸 수 있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정부는 군 비축량 등도 사용할 방안을 추진중이지만 때에 따라서 미국 등 여타 산업국가들로부터 요소수 비축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단계에서는 화물업계에 대한 우려에 머물고 있지만 택배차량도 2달마다 요소수를 투입해야 하고 일반 디젤차량 등에도 필요한 부분이 있기에 자칫 물류대란에 이어 ‘이동대란’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경각심도 일고 있다.

도미노 현상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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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우 기자
황영우 기자 hyw@kyongbuk.com

포항 북구지역, 노동, 세관, 해수청, 사회단체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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