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포항문화포럼 주제발표

12일 경북 포항시 북구 라한호텔 포항에서 열린 ‘2021 포항문화포럼 영일만 선사문화와 암각화’에서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포항의 다양한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2021 포항문화포럼’이 지난 12~13일 양일간 라한호텔 포항과 영일만 암각화 유적지 일원에서 개최됐다.

포항문화포럼은 경북도와 포항시가 주최하고 경북일보가 주관하는 행사로 포항문화에 대한 논의와 탐구를 통해 지역의 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배우고, 발전시켜 경북 제1의 도시 포항으로서의 새로운 면모를 갖추기 위해 개최됐다.

본격적인 포럼의 시작에 앞서 한국선 경북일보 사장은 개회사에서 “포항시의 문화자원을 연구·보존하고 그 가치를 드높여 포항의 정체성을 명확히 할 수 있길 기대한다”면서 “경북일보는 포항문화포럼을 통해 포항 문화의 시원인 선사시대 암각화를 시작으로 근·현대화의 현장까지 차근차근 조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축사를 통해 “그동안 철강산업의 중심도시로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견인해온 포항은 앞으로도 동해안 시대의 중심지로 우뚝 설 것”이라며 “우리 경상북도에서도 지역 문화예술이 빛을 낼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정책과 지원을 통해 타 지역과 비교할 수 없는 굳건한 문화적 토대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먼저 포럼 1일 차에는 역사·문화 전문가들이 ‘영일만 선사문화와 암각화’라는 주제로 학술포럼이 진행됐다.

학술포럼에는 윤명철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이하우 한국선사미술연구소장, 장장식 길문화연구소장, 신광철 한신대학교 디지털영상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암각화를 주제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12일 경북 포항시 북구 라한호텔 포항에서 열린 ‘2021 포항문화포럼 영일만 선사문화와 암각화’에서 윤명철 동국대학교 명예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환동해 문화권과 암각화.

윤명철 동국대학교 명예교수는 동해문화권과 암각화의 연관성에 대해 설명했다.

윤 교수는 “바위그림(암각화)은 문자 체계를 가지지 못했던 민족들이 남긴 예술 작품의 절대다수를 차지한다”며 “전 세계 약 160여 개 나라에서 노천 바위나 동굴 등, 850군데 이상의 바위그림 지역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안에는 대략 7만여 곳의 유적이 있으며, 암각화는 수백만 점이 넘고, 4500만 점이 넘는 문자소(文字素)가 있다”고 덧붙였다.

영일만 등 동해남부 해역은 어로집단이 정착하거나 어렵 장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곳인 만큼, 여러 어업집단들이 오가며 문화를 공유했다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그는 “동해남부 해역과 연안인 영일만 지역의 칠포리 암각화, 울산의 반구대와 천전리 암각화, 고령 및 경주의 암각화 등은 시베리아의 미누신스크·예니세이강·아스키스·아무르강 유역과 우리나라의 함북 웅기·강원도 양양 오산리·경남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천전리·부산 동삼동·일본 큐슈지방까지 연결된다”고 말했다.

선사시대의 이동민에 대한 흔적도 암각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윤 교수는 “이동민들이나 고래잡이 집단들은 선사시대에는 뗏목이나 통나무배 등을 활용했으며, 이 같은 형태는 반구대 암각화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며 “강원도 해안에서 근래까지 사용된 ‘매생이’나 두만강에서 사용된 통나무배들, 흑룡강 중하류에서 나나이족 등이 사용한 카누형 배, 울릉도를 비롯한 동해연안에서 사용된 뗏목들에 대한 암각화가 곳곳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암각화를 통해 선사시대의 해양문화 메커니즘과 영일만 등 동해남문화와 연해주 지역 문화가 상호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동해문화권의 범주를 보다 확장해, 동해를 사이에 둔 각 지역 간 문화·산업적 교류 등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갖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2일 경북 포항시 북구 라한호텔 포항에서 열린 ‘2021 포항문화포럼 영일만 선사문화와 암각화’에서 이하우 한국선사미술연구소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한반도 선사 문화의 원형으로서 영일만 암각화

이하우 한국선사미술연구소장은 영일만 지역에 분포한 암각화들의 구성과 의미에 대한 강연을 펼쳤다.

이 연구소장은 “포항시 기계면 인비리의 한 고인돌에서 석검암각화의 발견과 함께 나타나기 시작하는 영일만 일대 암각화는 인비리암각화와 함께 칠포리암각화군과 신정리암각화가 있다”며 “그 안에는 시기나 내용상 차이가 있는 청하면 신흥리 오줌바위, 동해면 석리암각화, 대련리의 암각화 등 6개가량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소장은 칠포리 암각화군을 소개하며 그 독자성에 대해 주목했다.

칠포리암각화군은 한국 암각화에서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유적이다. 다양한 표현물로 구성되는 칠포리암각화는 칠포리를 중심으로 청하면 신흥리까지 약 1.7㎞에 걸쳐 8개소에서 조사되는 한국 최대면적의 유적이다. 구성표현물은 247점에 달한다.

그는 “칠포리 암각화군은 대부분 검파형 암각화로 구성돼 있으며, 검파형 암각화가 한반도 남부지방으로 확산하면서 특정의 시기 남부지방의 주류 문화의 한 축으로 기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검파형 암각화가 조사된 대부분 지역에서는 한반도 초기 정치세력의 형태가 보인다”며 “포항의 근기국(勤耆國)을 비롯해 경주 사로국(斯盧國)이나, 영천 골벌국(骨伐國), 고령의 반로국(半路國) 또는 대가야와 같은 정치체는 암각화 시대와는 그렇게 크지 않은 시차를 갖고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소장은 끝으로 “최근 포항 신정리에서 새로운 암각화가 또 나왔다. 이를 포함하는 영일만 암각화 그 모두는 한국식 암각화라고 하는 검파형암각화”라며 “영일만에서 발견된 암각화는 모두 형태적으로 시원지의 현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영일만 암각화는 그만큼 뜻깊다”고 말했다.
 

12일 경북 포항시 북구 라한호텔 포항에서 열린 ‘2021 포항문화포럼 영일만 선사문화와 암각화’에서 장장식 길문화연구소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영일만 도형암각화의 세계.

장장식 길문화연구소장은 칠포리 암각화군에 소재한 ‘윷판형 암각화’의 양상과 의미에 대해 발표했다.

장 연구소장은 “2019년 기준 ‘한국의 윷판암각화’의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 산재한 윷판형 암각화 유적은 85곳이며, 실측 조사된 윷판은 훼손되어 부분적으로 남은 것을 포함하여 281점”이라며 “이 중 포항을 비롯한 경주·안동·영천·군위·영양·고령 등 경북지역에 산재한 윷판은 총 160점으로 56.9%가 경북에 분포하고 있으며, 포항에는 45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윷판형 암각화는 과거의 전통을 이어받은 ‘현재성’과 ‘고대 전통의 맥락적 계승 현장’이라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는 고고학적 문화자산이라는 게 장 연구소장의 의견이다.

그는 “칠포리 암각화군은 한국암각화의 한 유형인 검파형 암각화의 시원지로서 비정이 가능한 유적이고, 이와 함께 존재하는 윷판형 암각화는 국내 최대 유적지의 하나로서 특별한 존재성을 발휘하고 있다”며 “이는 경북이 지닌 전국적인 위상과 함께 경북 내에서 차지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것은 곧 영일만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특정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윷판 암각화만의 독창적인 문화에 대해 집중했다.

장 연구소장은 “윷판형 암각화는 선사 고대 이후 한반도에서 천체의 우주적 질서에 대응하는 인간의 사유가 교감하면서 만들어진 창조적 도형인 동시에 인류의 보편적 문화적 가치를 담보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윷판형 암각화는 세계유산의 측면에서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특출한 증거’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고, 놀이의 현재성을 함유하고 있는 무형문화의 원형적 준거가 되는 완전하고 특출한 상징물이 아닐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항의 경우 타 지역과는 다르게 단일 지역에 암각화가 밀집한 형태를 보이며 ‘칠포리 암각화군’이라 불리는 만큼 영일만 지역의 윷판형 암각화가 경북 지역으로 확산되고, 나아가 한반도 전역으로 광포되는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12일 경북 포항시 북구 라한호텔 포항에서 열린 ‘2021 포항문화포럼 영일만 선사문화와 암각화’에서 신광철 한신대학교 디지털영상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영일만 암각화의 문화콘텐츠 가능성

신광철 한신대학교 디지털영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영일만 암각화를 문화콘텐츠로 재창조해 문화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강연을 가졌다.

그는 “오늘날 문화산업의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신 가운데 그 중심인 문화콘텐츠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영일만 암각화’는 포항이 갈무리해 온 대표적인 인문콘텐츠”라고 말했다.

영일만 암각화의 문화콘텐츠화 방안에 대해 신 교수는 ‘스토리텔링’, ‘이미지투르기(Imagetrugie)’, ‘캐릭터 빌딩’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일만 암각화는 근원적으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공동체 관념과 의식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관련 이야기를 감동적인 서사 구조로 펼쳐낼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영일만 암각화가 영일만의 인문·자연환경과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제안했다.

또 “문화콘텐츠가 이야기를 이미지화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사실 문화콘텐츠 창출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게 이미지투르기 작업”이라며 “포항암각화 특별전 ‘아로새기다-바위그림, 인류 최초의 기록’ 전시와 같이 관련 오브제와 이미지를 집적한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영일만 암각화가 검파형 암각화와 같은 타 지역과 구분되는 특징을 갖고 있는 만큼 이미지투르기의 밑그림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끝으로 “이야기가 이미지화되는 문화콘텐츠 창출 과정에는 그 과정을 구체적으로 수행하는 캐릭터가 존재한다”며 “영일만 암각화 문화원형이 기본적으로 유물 및 문양 기반 유형에 속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캐릭터빌딩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스토리텔링 과정에서 부각되는 인물을 캐릭터로 구현하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12일 경북 포항시 북구 라한호텔 포항에서 열린 ‘2021 포항문화포럼 영일만 선사문화와 암각화’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주제강연이 끝난 뒤에는 송화섭 중앙대학교 다빈치교양대학 한국사 교수를 좌장으로 윤명철 명예교수, 이하우 연구소장, 장장식 연구소장, 신광철 교수와 김일권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유현주 Episode In Korea 대표가 패널로 참가해 종합토론을 펼쳤다.

이날 패널들은 영일만 암각화의 중요성과 의미, 과거·현재의 가치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행사 2일 차인 13일에는 이하우 한국선사미술연구소장의 해설과 함께 기계면 인비리 암각화, 이동 문성리 고인돌, 흥해읍 용천리 고인돌, 칠포리 암각화군 등 영일만 암각화 유적지를 돌아보는 현장답사 시간을 가졌다.


이하우 소장은 “칠포리 암각화는 발굴 당시 너무 일찍 경북도문화재로 선정돼 추후 추가 발굴이 많이 이뤄져 중요성이 커졌음에도 여전히 도문화재로 머물러 있어 국가문화재급으로의 격상이 필요하다”며 “신흥리 오줌바위는 여름철 태풍 등에 의해 묻히거나 표면이 마모되는 등 훼손이 진행되고 있어 각 지자체 등 공기관에서 보존 대책이 강력히 요구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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