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어리고 교화가 필요해"

“피해를 입은 딸아이의 아버지로서 법의 심판만 기다리고 있었는데…제대로 처벌은 받을까요.”

지난 5월 7일 밤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 인근 건물 옥상에서 A(14)양은 동년배 여학생 5명으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다.

조건 만남 강요를 거부하고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날 가해 학생들은 ‘아는 오빠’ 2명을 불러 이들의 차량에 A양을 태웠고, 다음날 새벽까지 약 3시간가량 인근 공터 등으로 옮겨가며 담뱃불로 허벅지 부위를 지지고, 둔기로 피해자를 때리는 등 마구잡이로 폭행했다.

폭행 장면은 영상통화 또는 동영상 촬영 등을 통해 주변 지인들에게 삽시간에 퍼졌고, 이 같은 상황을 뒤늦게 알게 된 A양의 친구 1명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일단락됐다.

결국 A양은 다음날인 5월 8일 새벽 1시 50분께 포항시 북구 장량동의 한 근린공원 화장실에서 가해 학생 2명과 함께 발견됐다.

이후 경찰과 검찰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여중생들에게 ‘조건만남을 할 사람을 구해보라’고 지시한 남성 1명과 성매매 알선 등 이번 사건과 연루된 남성 2명이 추가되면서 총 10명의 가해자가 추려졌다.

이중 14세 미만 ‘촉법소년’으로 분류된 여중생 1명은 가정법원으로 송치됐고, 남은 9명에 대한 1심 재판이 6차례에 걸쳐 진행된 끝에 24일 마무리됐다.

결과적으로 촉법소년을 포함한 가해 여학생들은 모두 가정법원으로 보내지면서 실형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권순향)는 24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보복상해·공동상해·중감금 등),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위반(강요행위 등) 등의 혐의로 기소된 여중생 4명에 대해서는 대구가정법원 소년부 송치를, 10∼20대 남성 5명에 대해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가해 여중생 4명에 대해 “이들은 얼마 전 촉법소년(만 10~14세) 나이를 벗어난 만큼 어리고 교화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이번 사건으로 반사회적 인격이 갖춰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미성년자가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되면 조사 후 1~10호의 보호 처분을 받을 수 있으며 장기 소년원 송치가 가능하고 보호 기간은 최대 2년이다. 이 경우 교화 등을 목적으로 형사처벌과는 구별된다. 보호처분 10호(장기 소년원 송치)가 가장 강한 처벌이다.

소년부로 송치될 경우 실형 등 형사처벌을 받는 대신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 사회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이 같은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피해 학생의 아버지는 “검찰의 구형대로 징역 4년형이 선고될 거라 믿고 있었는데, 이번 판결에서 확실한 형이 정해지지 않았다”이라며 “소년부로 넘어가면 형량이 줄어든다는데 아버지로서 딸아이에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아이들의 안전한 학교 생활을 위해 개선돼야 할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재판에서 가해 학생들에게 성매매를 지시하거나 폭행사건을 주도한 성인 남성들에게는 이번 사건을 비롯해 별도로 지은 범죄에 대해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날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B(21) 씨 등 남성 3명에게 징역 6~7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7년 등도 명령했다.

이들의 범행에 가담한 남성 C(19) 씨 등 2명은 미성년자라 각각 장기 4년·단기 3년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이들에 대해서도 법원은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에 7년간 취업을 제한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을 이수토록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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