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 현장조사단이 포항 수성사격장을 찾아 주민들의 호소하는 피해 상황들을 둘러보고 있다.수성사격장반대대책위원회
포항 장기면 수성사격장에서 이뤄지는 각종 군사 훈련으로 소음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분노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군 당국과 피해주민들의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덜컥 ‘중재안 합의’ 내용을 발표하면서다.

현재 주민들은 “민·관·군 협의체가 구성되기도 전에 문제가 끝난 것 마냥 행동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29일 권익위에 따르면 소음 피해를 주장하며 수성사격장 이전 또는 완전 폐쇄를 요구해온 포항시 장기면, 경주시 오류3리 주민들은 지난 26일 권익위의 중재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권익위의 중재안에는 소음 피해 해소를 위한 △주민 집단이주 및 소음 완충지대 조성 △소음 감소 대책 마련을 위한 용역추진 △주민들과 지역사회를 위한 숙원사업 지원 및 지역발전사업 추진 △해병대와 주한미군의 사격 훈련 여건 보장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관련 권익위는 이날 “포항 수성사격장 소음 피해 집단민원이 권익위의 중재안 마련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며 “특히 소음측정 결과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장기면 수성리 마을주민 약 50가구(100여 명)가 집단이주에 동의하면서 중재안 추진에 더욱 탄력이 붙었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앞서 권익위는 지난 25일 수성사격장반대대책위원회(이하 반대위) 등 주민대표단과 만나 협의체 구성·운영을 비롯해 소음감소 및 이주대책 마련, 사격장 정상화 등 중재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날 설명회에서 주민들은 즉각 의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다음 날인 26일 자체적으로 내부회의를 진행한 뒤 중재안에 대한 의견 수렴 내용을 권익위에 회신했다.

이 회신 내용을 토대로 권익위는 “주민들이 중재안에 동의함에 따라 다음 달 안으로 1차 조정회의를 개최해 큰 틀에서의 해결방향을 합의하고 내년 1월 민·관·군 협의체를 구성해 4월까지 집단이주와 지원사업의 구체적 내용을 확정하는 2차 조정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수성사격장 주민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정석준 반대위 공동위원장은 “권익위의 중재안은 초기 국방부가 제시했던 합의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민·관·군 협의체를 구성해 논란사항을 계속 논의하기로 약속했는데 마치 모든 문제가 해결된 듯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주민들은 조속한 시일 내에 권익위 측에 다시 공문을 보내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훈련 전면 중단 △주민 의견 재수용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한편, 수성사격장 인근 주민 약 3000명은 수십 년 동안 사격장에서 이뤄지는 군사 훈련에도 모자라 지난 2019년부터 주한미군의 아파치헬기 사격 훈련까지 실시 됨에 따라 극심한 공포와 소음 피해를 입고 있다며 ‘훈련 중단 및 사격장 이전 또는 완전 폐쇄’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

이와 관련 지난 1월 피해주민들은 권익위에 ‘수성사격장 이전 또는 완전 폐쇄 등’을 요구하는 집단민원을 제기했고, 권익위는 소음 측정 및 현장 간담회 등을 통해 주민과 군 당국 사이의 입장 차이를 조율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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