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군 재택환자만 모니터링…가족 격리도 간소화
정부, 집중관리군 중심 오미크론 의료 대응체계 발표
감염자 활보 막을 방법 없어…'사실상 방치' 목소리도

지난 2일 오전 대구 수성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이 신속항원검사를 하고 있다. 3일부터 코로나19 진단검사 체계가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에 맟춰 고위험군 등 우선 검사 대상자만 PCR 검사를 하고 나머지는 신속항원검사를 받는 새로운 코로나19 진단검사 쳬계가 전면 도입된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확진 판정 뒤 집에서 기다리라는 말뿐 아무 조치도 없었어요. 그냥 외출해도 모를 것 같아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퍼지면서 일일 신규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재택치료자들의 관리·통제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게다가 7일 정부가 확진자 등의 격리장소 이탈 여부를 더는 감시하지 않고 확진자 동거가족도 병원을 가거나 의약·식료품을 사러 나갈 때는 외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해 감염자의 지역사회 활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전파력은 강하지만 중증화율은 낮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현재의 모니터링 체계를 고위험군의 중증·사망 위주로 전환하고 무증상과 경증 재택치료자는 필요할 때 비대면 진료를 받게 하는 방역 의료체계로 개편하기로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집중관리군의 경우 재택치료 관리의료기관에서 하루 두 차례 유선으로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지만 일반관리군은 정기적인 모니터링 없이 스스로 관리하다가 필요하면 동네 병·의원에서 비대면 진료나 상담을 받게 된다. 재택치료 환자의 동거가족은 생필품 구매 등을 위한 필수 외출을 할 수 있게 된다.

역학조사 역시 확진자가 직접 웹페이지에 접속해 접촉자 등을 기입하는 ‘자기기입식 조사서’를 도입하고 조사 항목도 단순화되며 확진자와 공동격리자의 격리방식도 자율성이 더욱 확보될 예정이다.

GPS를 이용한 자가격리 앱은 폐지되고 동거가족 격리제도도 대폭 간소화해 의약품 처방과 수령 등 필수 목적 외출이 허용된다.

하지만 이 같은 방역·의료체계 변경이 오히려 시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의료 자원이 한정된 만큼 고위험군에 집중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이달 말께 13~17만 명 규모의 신규확진자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고위험군을 제외하면 확진자 관리 자체를 사실상 자율에 맡기는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6일 확진 판정을 받아 재택치료를 받는 안동시의 강 모(32) 씨는 경북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날 PCR 검사를 받고 오늘 아침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지역 의료기관에서 방역지침과 재택치료 키트를 받을 수 있는 연락이 갈 것이라는 간단한 안내 전화 이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확진자수가 급속도로 늘어나 연락이 늦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재택치료와 이동 감시 등과 관련한 GPS기반 자가격리 앱 설치를 비롯한 통제조치 등의 아무런 주의사항도 듣지 못해 사실상 확진자에 대한 통제가 환자 자율에 맡긴 것과 다름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 3일부터 대구에 거주하며 재택치료를 받는 권 모(42) 씨는 “저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서 고위험군만 모니터링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는데 일주일에서 열흘이 지나면 검사 없이도 완치판정을 받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재택치료자들에게도 완치에 대한 명확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실수로 자가격리 앱을 삭제했다가 금방 다시 깔았는데도 담당 공무원의 별다른 말이 없었다”며 모니터링 체계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팬데믹으로 대량 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허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며 “이럴 때일수록 높은 수준의 시민 의식이 발휘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율성을 강조하는 방역의료체계는 다른 말로 ‘각자도생’이라고 할 수도 있다”며 “각자도생을 잘하려면 서로 잘 도와야 하는데, 특히 사회 취약계층을 잘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국민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안”이라며 “의료대응체계를 중증환자 관리에 집중하지만 무증상과 경증인 환자는 동네 병·의원과 협력하는 체계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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