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서 인간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 신이 프로메테우스다.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주어 문명을 이루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 대가로 코카서스 절벽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고통을 나날이 겪는다. 다 쪼아 먹히고 나면 다시 간이 생겨나 독수리가 쪼아 먹고, 다시 간이 생겨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계속된다. 그 불의 힘으로 인간은 문명을 창조해 왔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새로운 창조자요, 구원자였다. 불은 창조력의 상징이었고, 무서운 파괴력에도 불구하고 인간 문명의 원천이었다.

불은 문명성장의 지속적인 동력이었다. 부싯돌과 강철, 인을 사용하여 불을 일으키는 성냥 등 불을 쉽게 얻을 수 있게 되면서 불과 친숙하게 되었고, 무서운 불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불은 수렵인을 농경시대를 여는 사람으로 변화시켰다. 1만 년에 걸친 문명의 발전과정 속에서 불이 동력이었다. 음식의 조리, 동굴의 난방과 조명, 진흙으로 구워내는 그릇, 구리나 주석에서 추출한 청동, 철광석에서 얻어내는 철 등 모두가 불의 힘이다.

현대과학기술사의 대부분은 불을 통한 에너지의 지속적인 증가로 이루어져 왔다. 인간이 불을 제어하는 방식에 따라 인류문명의 발달단계가 달라진다. 원자 에너지의 제어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최근의 방법으로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버렸다. 원자력 에너지는 생산과 이용과정에서 가공할 정도의 무서움,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현재까지는 가장 값싸게, 대량으로 불(에너지)을 생산하는 방법으로는 원자력을 이용하는 길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대가로 받은 고통 이상의 위험을 안고 있지만, 세계 각국이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다.

불은 무서운 것이다. 잘못 다루면 모든 것을 순식간에 날려버린다. 핵발전은 더 심각한 위험을 안고 있다. 불은 창조력의 상징이요, 파괴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제 세고 강한 에너지를 찾아내기보다 조금 느리고 약하더라도 친환경적인 불, 인간 세상을 송두리째 앗아갈 위험 요소가 배제된 에너지 생산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가고 있다. 물, 바람, 태양, 수소 같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 생산에 눈독을 들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화석연료나 원자력 에너지를 대체할 만한 에너지원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한 세대 이상 쓸 수 있는 화석연료가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곧 고갈될 것이다. 화석연료가 가져오는 대기오염과 지구온난화현상 또한 심각하다. 핵에너지는 가공할 위험을 안고 있다. 그래서 화석연료와 핵에너지를 대체할 만한 에너지 개발이 인류의 공통 숙제다.

안전하고 경제적인 에너지의 지속적 공급을 위해 풍력, 조력, 태양광 등 대체 에너지에 눈독을 들여왔지만 신통한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어디에서 에너지(불)를 얻어오든지 간에 얻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것이 있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 있다. 자연을 과도하게 활용해도 인재든, 자연재해든 따르게 마련이다. 재해의 최소화로 안전 보장이 관건이다.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의 선진국이라고 한다. 발전 기술을 수출하는 나라다. 가장 안전한 기술이 있다는 말이다. 자랑스럽다. 우물쭈물하다가는 뒤떨어지고 만다.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의 선점이 세계 역사의 주류를 탈 수 있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준 대가로 혹독한 고통을 겪었다. 고통의 대가로 인류문명이 창조 발전되어 왔다. 지금도 피나는 연구와 노력으로 핵에너지든 신재생 에너지든 찾아야 한다. 누군가의 간을 독수리가 쪼아먹는 고통을 감내해야 새로운 불(에너지)이 얻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