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고래는 경이로운 동물계. 지구상 최대 몸집을 지녔다. 사람과 같은 포유류이면서 바다에 산다는 사실은 신비감을 부른다. 육상을 주도하는 인간과 해상을 유영하는 고래는 지구촌 가족들 상징이 아닐까. 물론 인간은 그들의 최고 포식자가 됐다.

스웨덴 환경 과학 연구소 ‘스톡홀름 회복센터’는 지구의 위험에 관한 한계를 밝히는 과제를 수행한다. 그 범위를 넘을 때는 파국적 재앙이 생긴다고 본다. 현재 아홉 가지 근거를 입증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 특히 생명체 멸종률은 극히 위험한 상황이라 여긴다.

인간은 생물권 변화를 일으키는 제일 강력한 주요인. 19세기 말엽 고래 개체수 격감은 극명한 사례다. 산업혁명 결과로 증기기관을 장착한 어선들은 고래를 대량 포획하면서 절멸 위기에 처했고, 이에 따라 생태계 보호운동이 일어났다.

수중 생활에 진화한 고래는 새끼를 낳아 젖으로 키우고 따뜻한 피가 흐르며 몸에는 털을 가졌다. 또한 마디가 있는 등뼈를 가진 척추동물에 속한다. 앞발과 지느러미는 있으나 뒷발은 퇴화해 없다.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고래를 잡았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는 최고로 오래된 포경 유적으로 꼽힌다.

기원전 인물인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저서 ‘동물사’에서 고래를 언급했다.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죽은 로마의 박물학자 대플리니우스도 그 관찰 기록을 남겼다. 지금껏 파악된 고래류는 모두 656종. 물론 화석으로 발견된 ‘옛고래’를 포함해 그러하다. 현존 고래는 86종이다.

고래는 물고기 비슷한 형태이나 완전히 다르다. 고래류는 고래·돌고래·상괭이로 나눈다. 서구에선 크기가 기준이다. 사람이 옮기지 못할 정도로 크면 고래라 칭한다. 종종 돌고래와 상괭이는 혼용돼 쓰인다. 또한 이빨 여부에 따라 수염고래와 이빨고래로 대별한다. 대개 수염고래는 이빨이 없다.

1865년 포경용 대포가 발명되면서 현대적 고래잡이가 시작됐다. 작살엔 탄두를 장착해 고래 몸속에 박히면 폭발했다. 1914년 포경업은 남극으로 진출한다. 당시 고래가 넘쳐났다. 기름만 취하고 고기는 버리기도 했다. 1931년엔 2만 9410마리 흰수염고래가 포획됐으니 공유지 비극은 시간문제였다.

회색고래는 일명 귀신고래로 불린다. 멸종 직전에 갔으나 개체 보존에 성공한 고래. 가장 멀리 회유하는 종으로 왕복 2만 킬로미터를 이동한다. 여름철 먹이를 얻는 북극해와 겨울철 새끼를 낳는 바하 캘리포니아 반도를 회유한다.

귀신고래는 새끼를 지키고자 사납게 싸우기에 ‘바다의 악마’란 별명을 가졌다. 고래잡이는 이런 성질을 역이용해 사냥했다. 오늘날 두 부류가 존재한다. 북동 태평양 캘리포니아 집단과 북서 태평양 한국 집단. 그중 캘리포니아 귀신고래는 개체수가 회복돼 2만 6000마리에 이른다. 한데 작가 김일광이 사랑한 동해의 귀신고래는 대부분 멸종돼 100마리 정도가 남았다고 한다.

이는 미국 스미스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에 전달된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발간된 책자에 나온다. 1960년대 미국은 귀신고래 회유를 구경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녀석은 관광객이 만지면 좋아하기도 했다. 동화 작가 김일광의 작품 ‘귀신고래’는 포항 지역 ‘원북원 시티운동’에 선정된 우량도서. 구룡포항에 있던 포경선 선장의 경험담을 근거로 동해 고래를 그리워하는 추억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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