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한은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결국 사상 처음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포인트(p) 올리는 ‘빅 스텝’을 밟았다. 연합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big step)’을 단행했다. 지난 1950년 한은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기존 연 1.75%에서 2.25%로 높아졌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결국 기준금리가 2%대로 올라서면서 향후 추가 금리 인상 횟수와 속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연 2.25%로 0.5%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4월과 5월 금통위에 이어 이날 열린 금통위까지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올렸는데, 이 역시 한국은행 역사상 처음이다.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억제하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따른 한·미 금리역전 현상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5%p 인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통위가 이처럼 이례적 통화정책을 단행한 것은 그만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6.0% 뛰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당장의 물가 급등뿐 아니라 경제 주체들의 물가 상승 기대 심리가 매우 강한 점도 한은으로서는 방치하기 어려운 문제다.

한은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값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3.3%에서 3.9로 올랐다.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고, 0.6%포인트 상승 폭은 2008년 통계 시작 이래 최대 기록이다.

물가에 대한 심리적 눈높이가 뛰면, 경제주체들이 그에 맞춰 상품·서비스 가격과 임금 인상에 나서면서 한 단계 높아진 물가 수준이 떨어지지 않고 굳어질 우려가 있다.

이번 빅 스텝에는 임박한 ‘한국·미국 기준금리 역전’도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14∼1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고, 당시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정책금리) 격차는 0.00∼0.25%포인트로 좁혀졌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원화 약세 탓에 같은 물건이라도 더 많은 원화를 주고 수입해야 하는 만큼, 수입 물가 상승이 국내 물가 급등세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물가 피크아웃(peak-out·정점 통과) 시점을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로 제시한 점을 들어 8월 0.25%p 추가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올해 주요국의 성장세가 약화되면서 우리나라 연간 경제성장률도 지난 5월 전망치인 2.7%를 다소 하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코로나 확진자 급증으로 민간소비 회복세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날 금통위가 그나마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면서, 일단 미국과의 격차는 0.50∼0.75%포인트까지 커졌다.

하지만 연준이 오는 26∼27일(현지시간) 시장의 예상대로 다시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다면, 미국의 기준금리가 0.00∼0.25%포인트 높아지는 역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