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섬은 다양한 이미지를 품었다. 처연한 외로움이 어렸는가 하면 비밀을 간직한 듯한 신비로움이 감돈다. 또한 누군가 자유를 향한 갈망이 움트는가 하면 로미오와 줄리엣이 꿈꾸는 사랑의 도피처로 여겨진다. 어느 시인은 읊었다. 세상에 바다 위의 섬처럼 완전히 시적인 것은 없다고.

실제로 외딴 섬에는 인간이 상상하는 그런 사건이 벌어진다. 고대 로마제국 황제 티베리우스가 은둔한 카프리섬, 핵실험 장소로 이용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비키니섬, 유형지로 활용해 영국의 죄수가 강제 이송된 호주, 그리고 외국인 노동 착취가 자행된 사이판섬이 그러하다.

미합중국은 세계 3위에 꼽히는 영토 대국이다. 보통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포함한 50개 주만 떠올리나, 태평양과 카리브해 일대에 엄청난 섬들을 미국령으로 보유한다. 요컨대 해양 영토도 광대하다는 의미다. 정확한 숫자는 모른다.

그 도서는 원주민도 살지 않고 전략적 가치도 없는 무인도가 상당수. 한데도 미국이 자국령으로 삼은 것은 해조분 때문이다. 이는 바위섬에 서식하는 가마우지나 펠리컨이 배설하는 똥으로 질산이 풍부했다. 19세기 미국은 농업에 필요한 질소원을 확보하고자 새똥이 켜켜이 쌓인 섬들을 병합한 것이다.

호주는 세계 최대 섬이자 최소 대륙이다. 18세기 중엽 영국 탐험가 제임스 쿡은 남동부 해안을 답사한 후에 자국령으로 선포한다. 이후 영국은 죄수들 유형지로 선정했고 모두 16만 명이 강제로 압송돼 노역에 종사했다. 그 피땀으로 도로와 건축물이 지어져 훗날 세계문화유산에 올랐다.

제임스 쿡 선장은 세 차례에 걸쳐 모든 대륙을 여행했다. 유럽인 최초로 하와이섬에 닿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탐사 덕분에 낯선 공간이 열렸고 그 정보를 통해 유럽인은 스스로 가장 높은 서열에 올랐다. 쿡은 그런 서구적 사고에 물들지 않았고 열린 생각을 견지한 항해자. 하와이 원주민과 싸움이 벌어져 사망했다.

원래 비키니는 수영복 상표명. 지금은 보통명사로 쓰인다. 상의와 하의로 나뉜 노출이 많은 수영복을 뜻한다. 고대 로마 벽화에도 유사한 차림이 나온다. 비키니섬은 태평양 서부 랄리크 제도에 속한 환초로서 미국 신탁 통치령.

20세기 중엽 비키니섬에서 핵실험이 실시됐다. 기존에 살던 주민은 이웃 산호섬으로 쫓겨갔다. 프랑스 디자이너 레아르는 지구촌 주목을 받은 섬의 명칭을 수영복 상표로 삼았다. 비키니가 처음 출시됐을 때는 과감한 패션으로 교황청 비난을 받았다. 모델도 꺼렸기에 스트립 댄서가 선보였다고 한다.

북마리아나 제도 사이판섬은 미연방 자치령. 지구상 제일 멋진 도서들 가운데 하나다. 1990년대 거대 의류 공장이 들어섰고 아시아인 노동자가 대거 유입됐다. 한데 교역상 미국에 속하나 노동법상 미국에 속하지 않았다. 열악한 환경과 저임금을 받으며 노동 혹사를 당했다. 나중에 미연방 최저임금법이 적용되면서 사이판 의류 산업은 몰락한다. 의류업체가 중국과 베트남으로 이전한 탓이다.

매년 8월 8일은 ‘섬의 날’이다. 그 가치와 중요성을 고취하고자 제정한 법정기념일. 삼복더위가 절정인 시절을 택한 까닭이 짐작된다. 한국에도 아름다운 섬들이 많다. 특히 전남 신안은 ‘1004(천사)섬’이라 자랑한다. 요즘은 연륙교로 이어져 섬다운 멋은 줄었다. 그래도 섬은 섬이다. 여름 휴가철 섬 여행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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