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환 동남부본부장
황기환 동남부본부장

한때 연간 800만 명 이상이 찾았던 보문관광단지가 늙고 병들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세월의 흔적을 이기지 못하고 곳곳이 곪아 터져 상처투성이가 된 모습이 안타까움을 너머 자괴감마저 든다. 고도 시민으로서 떳떳하게 자랑했던 보문단지의 빠른 노후화가 자존심상 참을 수가 없을 정도다.

보문관광단지는 1971년 정부에서 수립한 경주종합개발계획사업의 일환으로 종합휴양지를 조성하기 위해 개발됐다. 이후 1975년 국내 1호 관광단지로 지정된 데 이어 1979년 보문호를 중심으로 1단계 공사를 마치고 개장했다.

851만㎡에 이르는 넓은 면적에 특급호텔과 국제회의시설, 다양한 레저와 휴양시설이 잘 조성돼 있다. 무엇보다 보문단지는 고풍스럽고 은은한 맛을 풍기는 과거와 현대가 조화를 이루도록 꾸며져, 국내외 관광객이 즐겨 찾고 있다.

한동안 한국관광산업의 1번지 역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종합관광휴양단지로써 자리매김을 해온 것.

이로 인해 경주는 물론 우리나라 관광산업 발전에 큰 공을 세운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50년 전 개발계획에 따라 조성된 보문단지의 각종 시설이 노후화되고 기능이 쇠퇴해 관광 매력도와 안전성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자연스레 보문관광단지의 이미지가 떨어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곳곳에 방치된 이런 노후화 시설로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지만, 단지 관리 주체의 대응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추석 연휴가 끝날 무렵 단지 내에 있는 한 오폐수 관로가 역류해 인근 상가와 숙박시설에서 배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각종 오물이 보문호수로 그대로 흘러들어 갔다. 더욱이 수만t의 오폐수가 1주일째 보문호 산책로 배수로를 따라 보문호로 흐르면서 심한 악취를 풍겨 관광객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그러나 단지를 관리하는 관광공사나 관계기관의 응급조치는 없었다. 50년 가까이 된 낡고 좁은 관로가 막힌 것이 원인이라고 확인된 이상, 하루빨리 시설 개선 작업에 들어가야 할 대목이다.

몇 년째 각종 쓰레기와 잡초로 뒤덮여 폐가가 된 한 호텔도 관광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더욱이 대로변의 이 호텔 앞마당에는 이미 폐기처분 해야 할 정도로 낡은 오리배 2척이 방치돼 있어 관광단지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

그동안 보문단지 얼굴 역할을 톡톡히 해 온 13개 건물의 보문중심상가도 수년째 거미줄과 잡초로 뒤덮여 흉물이 된 채 내팽개쳐져 있다. 보문단지 내에서 아름다운 경관으로 이름을 떨친 5만여 평 규모의 신라밀레니엄파크도 3년여 동안 방치돼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한때 조성 계획이 발표되면서 시내권 시민들과 마찰을 빚은 유통단지도 입주할 기미가 없이 부지만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가 점차 흉물로 변해 가고 있는 모습이다.

1994년 관광특구로 지정된 1호 관광단지 보문단지가 본연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대수술(?)에 가까운 전면적인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나 몰라라 하는 입주업체들을 부지런히 찾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개별 업체에 문제 해결을 떠넘기면서 방관자적 입장을 보인다면, 관광공사의 존재가치마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노후화된 시설 재정비와 함께 새로운 관광 트렌드에 대응하는 콘텐츠 발굴의 중요함도 잊지 말아야 한다.

보문단지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소 무리가 따르는 입주업체들의 요구도 과감히 수용할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함도 알아야 한다.

황기환 동남부본부장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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