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개들이 짖는 소리가 개들의 의사 표현의 개 소리다. 개끼리의 대화이기도 하고, 그들의 감정이나 의사(意思)를 표현하는 소리이다. 무인지경의 밤길을 가다가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면 안도감 같은 것을 느낀다. 인가가 멀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무인지경의 불안보다는 속이고 속는 세상이라도 사람이 미더운 모양이어서 다행이다.

개는 지루할 때 짓는다. 관심받고 싶어서다. 망월폐견(望月吠犬). 달을 보고 컹컹 짖어대기도 한다. 겁먹은 개도 짖는다. 사람이나 동물의 빠른 움직임이나 낯선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짖는다. 무기력한 개도 짖는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때 좌절감을 느끼고 짖는다. 흥분했을 때도 짖는다. 주인이 산책가려고 목줄을 잡으면 신이 나서 하는 행동이다. 혼자 남은 개도 짖는다. 외로움보다는 주인과의 분리불안 때문이다. 뭐라 해도 집 지키는 개가 개 소리로 짖는다. 가족을 보호하고 영역을 지키려고 최선을 다한다.

이처럼 개 짖는 소리, 개 소리는 개끼리 대화, 개와 사람과의 대화, 낯선 위험 존재에 대한 경계, 주변 상황을 견주(犬主)에게 알려 대비하게 하는 행위다. 도둑이 들거나 위험 요인이 접근해 올 때 경계하여 짖는다. 낯선 것을 보고 짖지 않으면 개가 아니다. 개가 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개의 의사 표현이 개소리로 폄하되어서는 아니 된다. 개소리가 아닌 정당한 소리이다.

사람은 말을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고 생각을 표현한다. 자신을 드러냄은 자신의 정체성 또는 자아에 대한 존중을 말하는 것이고, 생각의 표현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뜻한다. 대화하고 토론할 때 자신의 말이 비판을 받고 부정을 당할 때 ‘내 생각이 틀렸구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분이 나빠진다. 올바른 대우를 받지 못한 느낌, 무시당한 느낌을 받게 된다. 민주적 토론 과정에서 상대에 대한 비판이나 논박을 할 수 있지만, 막상 논박당했을 때 무참해지기 일쑤다. 하물며 비판이나 논박으로 자신이 궁지에 몰릴 때 감정이 상한다.

말하는 기술이 필요한 까닭은 말속에는 단지 정보를 교환하는 특성뿐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주체, 인격이 함께 담기기 때문이다. 비판이나 논박의 경우 내용에 국한되어야지 사람에게 상처를 주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타인을 궁지에 몰아 매장해서는 아니 된다. 말이 인간관계에서 정보교환의 측면과 인격적 측면에서 모두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신언서판이란 말이 있다. 사람을 판단할 때 먼저 사람을 보지만, 말을 들어보고 판단하고, 더 깊이는 글을 보고 판단한다는 말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각급 학교나 사회에서 바른말 고운 말 쓰기 운동을 전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말은 세상을 아름답고 윤택하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사람끼리 가끔 개소리한다고 할 때가 있다. 사람 안에 개가 들었다는 말이다. 국민적 갈등을 자기 발전의 동력으로 삼는 정치인 중에 “개소리”를 하는 분이 있는 것 같다. 개는 낯선 것에 대한 경계로 짖는다지만 정치인들은 상대를 무력화시키고, 낭패시키려고 말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바로 개소리다.

개 안에 사람이 있어 울부짖으면 사람 소리한다고 개들이 부끄러워할 것 같다. 저급하게 ‘사람 소리’하지 말자고 할 것 같다. 사람이 하는 개소리. 개가 아닌 사람의 입에서 개소리를 듣는다. 개소리를 언론이나 정치인의 말씀으로 미화하는 사람도 있다.

골목 앞 무당집 개가 컹컹, 컹컹 사람에게 묻는다. 사람 소리가 ‘개소리’면 개의 소리는 무슨 소리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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