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팔공산 극락사 인근에 납골당 설치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경북일보 DB.

대구 동구청이 동구 도학동 극락사 소유주가 신청한 봉안당(납골당) 설치신고를 수리하지 않은 처분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구지법 제2행정부(신헌석 부장판사)는 13일 극락사 소유주 A씨가 동구청장을 상대로 낸 ‘봉안당 설치신고 불수리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승려 B씨는 2014년 9월 근린생활시설 용도의 부지에 사찰을 지었고, 납골당 설립을 추진하다가 주민 반발에 부닥쳤다. 2017년 9월 B씨는 인근 마을 주민 대표와 “종교시설로 건축물의 용도가 변경되거나 사찰 소유주가 바뀌어도 납골당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합의서를 쓴 뒤 공증까지 받았다.

참고로 B씨는 2017년 10월 중순께 C씨에게 “사찰 안에 납골당 5000기를 설치해 분양하는 사업을 하는데, 관청 허가를 받았다. 2018년 2월에 분양할 예정”이라면서 “신도회장 B씨의 지분인 납골당 500기를 3억 원에 양수하면 인근 주민 위로금을 사용하고 수익금을 주겠다”고 속여 투자금 명목으로 1억5000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의 형을 확정받았다.

2018년 11월 종교시설로 용도가 변경되자 B씨는 2020년 3월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A씨에게 소유권을 넘겼고, A씨는 지난해 7월 주민들과 한 약속과는 달리 봉안시설 설치신고를 했다. 그러나 동구청은 지난해 8월 13일 A씨의 봉안당 설치신고에 대해 불수리처분을 했다.

동구청은 사찰 전 소유주 B씨와 주민대표 간에 납골당을 절대 설치하지 않겠다고 합의한 점을 비롯해 A씨 소유 사찰이 실질적으로 주지와 신도를 갖추거나 법회를 개최하는 등 종교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종교시설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종교단체는 사전 신고만으로도 납골당을 설치할 수 있다.

동구청은 특히 사찰이 민가와 가까운 데다 팔공산으로 향하는 관광객과 주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등 중대한 공익상 필요에 따라 납골당을 허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소송에서 동구청을 대리한 변호사는 “이번 행정소송 이전에 사찰 전 소유주인 승려 B씨와 소유권을 이전 받은 A씨 사이에 민사소송으로 다툼이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사전에 A씨와 B씨 사이에 주민과의 합의를 저버리고 종교시설로 용도변경을 한 다음 다시 납골당을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의심되는 점도 재판부에 설명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사찰 전 소유주 B씨가 주민들과 묘지시설을 설치하지 않기로 합의해놓고도 종교시설로 용도변경 허가를 받았는데, 봉안당을 설치한다는 것은 주민들의 복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사찰 부지로부터 50m 거리의 민가에 사는 주민들이 유골을 안치하는 모습 등을 보면서 쾌적한 생활환경 상의 이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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