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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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하늘에 어떤 짐승이 살고 있다
흐린 날 세상에서 가장 밝은 뼈가 번쩍거린다
순간의 뼈
몸 전체를 자세히 본 사람은 없다
저 뼈는 추적추적 빗줄기가 살이다
차츰 굵어지며 몸집을 키우는
서쪽에 주소를 둔 우거진 털
냉온대가 같이 붙어 있어 뜨거운 몸뚱이와
차가운 발이 서로 밀어낼 때 뼈가 보인다
접지하는 발자국이 없으므로
공중에 부유하며 지그재그로 길을 더듬는
상상을 빗나가기 일쑤인 상상의 짐승
그러나 살점을 뚫고 흐르는 방전을 조심해야 한다
밝은 뼈에 감전되면
환한 장면 몇 개 뭉텅뭉텅 뽑혀 나온다

도시에도 온갖 문양들의 동물들이 살고 있다
차갑고 뜨거운 독설과 피뢰침처럼 뾰족한 소음들
발 없는 소문이나 혹은 나무의 허리를 꺾거나
전봇대에 바짝 독이 오른 핏발 선 눈동자로
절연의 주소를 뚫고
앞에서 옆에서 쾅쾅 내리친다
이 빠른 뼈의 얼굴은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감상> 오서윤 시인이 등단 11년 만에 첫 시집을 냈다. 시집을 읽으며 자세를 몇 번이나 고쳐 앉았다. 제대로, 정공법(正攻法)이다. 기교나 꾀를 부리지 않는 시작(詩作)에 감전되었다. 시 ‘번개’를 읽고 감전되지 않을 독자가 누가 있을까.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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