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명사목 달사총 원형이정’(明四目 達四聰 元亨利貞). 말이 좀 어렵다. 모름지기 지도자는 총명해야 한다. 총(聰)은 귀가 밝은 것이고, 명(明)은 눈이 밝은 것이다.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지도자의 역할이 국가경영이라면 국가경영의 리더십을 발굴하고 양성하고 선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서경(書經) 우서(虞書) 순전(舜典)에 따르면 순임금이 즉위한 뒤 첫 번째로 한 일이 “벽사문 명사목 달사총(闢四門 明四目 達四聰)”한 일이라고 했다. 사방으로 문을 열고, 사방으로 눈을 밝히고, 사방으로 귀를 밝혀 잘 들리도록 했다는 말이다.

임금의 자리에 오른 순임금은 우선 백성을 생각했고, 백성을 잘 살피기 위해서 모든 방향으로 눈과 귀를 활짝 열어 정치의 비전을 세우고자 했다. 이러한 리더십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오늘날 경영환경에서도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눈이 밝다 해서 아무것이나 다 보고, 귀가 밝다 해서 아무 말이나 다 들어서는 안 된다. 옛날에 군주(君主)가 쓴 면류관의 앞에 주옥을 꿰서 늘인 끈은 좋은 것만 골라서 본다는 뜻이다. 양쪽 옆에 단 백옥의 진(전)은 긴요하지 않은 말은 듣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옳은 것을 보고, 옳은 말을 들어야 한다. 지도자의 통찰력이 요구된다.

인간은 여러 사회단체나 정치조직 속에서 살아가지 않을 수 없으며, 이때 조직 전체를 관장하는 지도자는 구성원에게 각각 적합한 책무를 분배하는 권력을 갖게 된다. 그래서 어느 구성원보다도 통찰력이 요구된다. 대통령이 내각을 구성하고 임무를 부여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시대의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덕목(德目)도 바로 ‘총(聰)과 명(明)’이다. 탁월한 ‘명사목 달사총’의 리더십으로 사방의 문을 열어놓고(闢四門), 사방의 눈을 밝히고(明四目), 사방의 귀를 통할 수 있도록 달사총(達四聰) 해야 한다.

옳고 그름을 가리는 통찰력도 지녀야 한다. 그 위에 진실한 마음과 열정을 바탕으로 나라를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대원칙인 원형리정(元亨利貞)의 이치에 맞는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주역(周易) 건괘(乾卦) 괘사(卦辭)에 “원형이정(元亨利貞)은 천도지상(天道之常)”이라 했다. 천도(天道)의 변화와 불변의 양면성이 조화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1년 12달을 춘하추동에 짝을 맞추어 봄은 싹이 움트는 계절의 으뜸으로 원(元)이고, 여름은 만물이 쑥쑥 자라서 형통하니 형(亨)이고,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니 이로울 이(利)이고, 겨울은 저장하고 다시 봄을 준비하니 곧을 정(貞)이다.

천도의 운행인 춘하추동의 변화를 예찬하며, 변화가 반복하면서 지속하므로, 그 불변하는 덕을 보고 상(常)이라 하여 ‘원형이정은 천도지상’임을 밝혔다. 즉 천지자연의 변화와 불변함을 함축한 뜻이 있다. 봄은 사랑(仁)으로 시작하고, 여름은 예절(禮)로 성장하고, 가을은 정의(義)로 변화하고, 겨울은 지혜(智)로 완성한다고 보아 인의예지(仁義禮智)에 연결된다. 아름다움이다.

한 나라의 지도자는 어른이어야 한다. 어른은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고 책임지는 주인을 의미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남에게 묻고 확인받으려는 자는 어른이 아니다. 어른은 삐지거나 토라지지도 않는다. 모욕과 비난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불가능할지라도 모두를 안고 가야 한다. 원형리정의 이치다.

명사목 달사총의 자질에 원형리정의 인간관계를 갖춘 지도자를 얻는다는 것은 국민의 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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