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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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폭주처럼 쏟아지는 햇살이
수면계좌 같은 망각을 일깨울 때면
들킨 것 같아
내가 세상과 거래한 내력을 살피게 된다
불신이 팽배한 사회이지만
신용도 평가처럼 자명하게
자신을 밝힐 수 있다면
나의 하루하루는
통장정리처럼 일목요연할 것이다
허투루 하루하루를 낭비하지 않고
적립식으로 저축한다면
목돈 같은 내일이 오고야 말 것이다
이따금 내게로 계좌 이체되는 그녀와의 사랑은
내 집 마련 주택부금 속에서
중장기적인 우리의 미래를 청약하고 있다
온라인 폭주처럼 햇살이 쏟아지는 날이면
연이율처럼 약속된 우리 사랑은
서로의 깊은 속에서
행복을 무담보 대출한다.

<감상> 오늘은 금융의 날이다. 금융이란 돈이 오고 가는 것, 돈의 흐름을 말한다. 금융의 핵심은 대출과 이자다. 요즘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물가는 오르고, 월급은 제자리고, 갚아야 할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매달 착실하게 저축하던 풍조는 찾아보기 어렵다. 증권과 코인, 부동산으로 한 방을 노리는 사람들이 하이에나처럼 떠돈다. 금융의 다른 말은 ‘인간의 탐욕’이 아닐까 싶다. “허투루 하루하루를 낭비하지 않고/ 적립식으로 저축한다면/ 목돈 같은 내일이 오고야 말 것이다” 올겨울 북해도(北海島) 온천여행을 위해 여행 적금을 붓고 있다. 매달 돈이 쌓일 때마다, 료칸 온천에 앉아 설경을 바라보는 내가 떠올라 웃음이 나온다. 행복은 한 방이 아니다. 행복은 잽(jap)이다.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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