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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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뜰 줄
아는구나.
그래서 오목하군.

국도
뜰 수 있네.
착하다, 국자.

끓인 누룽지도
뜰 수 있겠군.
넘치잖게 떠야 한다.
팥죽도, 콩죽도.

할 일
생각해 가며
일하는 국자.

오목한 국자야
참하다.

<감상> 붓다선원에서 호흡명상과 묵언 수행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다. 그때 알았다. 세상이 얼마나 시끄러운지. 한동안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세상은 너무 밝고 너무 시끄럽다. 세상에는 말이 너무 많고 글이 너무 많다. 신현득 시인의 동시 ‘국자에게’를 읽으니 담백하고 정갈한 사찰음식이 떠오른다. 동시의 미덕은 단순함, 명쾌함, 소박함이라고 한다. 동심은 자유자재로 날아다니고 제 맘대로 방향을 바꾼다. 동심은 제약이 없다. 동심은 눈치를 보지 않는다. 동시는 자유다. “오목한 국자야/ 참하다”가 “천진난만한 동시야/ 참하다”로 읽힌다.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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