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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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죽어 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 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감상> 시월의 마지막 금요일이다. 일생에 단 한 번 오고 가는 날이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시월의 마지막 금요일이다. 시월은 유독 가는 게 아쉽다.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노래 가사가 아니더라도 시월은 헤어지고 정리하는 달이다. “누가 죽어 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쓸쓸한 가을 저녁의 정서를 이토록 절절하게 노래한 시인이 또 있을까. 가을이 겨울의 목구멍을 넘어간다. 내년 봄, 다시 만나자며. 죽음과 삶은 회전목마 같은 것. 잘 가라, 시월의 마지막 날들아.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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