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정치경제부 부국장
이종욱 정치경제부 부국장

2022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또 한 번 아리따운 젊은이 150여 명이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바람이 되었다.

사고가 발생할 때 마다 우리는 늘 인재(人災)라고 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안전불감증 속으로 빠져버린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수사결과가 나와봐야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겠지만 사고 첫날 정황으로 봤을 때는 비탈진 좁은 골목에 많은 사람이 몰렸고, 인파에 밀려 누군가가 쓰러지면서 일어난 연쇄반응으로 추정된다.

이태원 거리를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대부분이 비탈진 골목길에 여러 상가가 다닥다닥 붙어 형성된 곳이어서 비단 사람이 많지 않더라도 자칫 발을 헛디디면 넘어질 수 있는 곳이다.

그런 곳에 10만 명 가량이 몰려들었다고 하니 사고 발생 우려가 높았고, 일각에서는 경찰과 행정에서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통제를 했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사회가 개인의 안전을 모두 지켜주기엔 역부족인 것도 사실이다.

나는 오늘 아침 눈을 뜨자 말자 들려온 비보에 우리의 안전을 다시 생각해 봤다.

안전의 제1수칙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곳에 가지 않는 것이고, 제2수칙은 안전하지 않은 곳에 가야만 될 경우 자신을 보호해 줄 최대한의 장치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 3수칙은 그럼 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어떻게 헤쳐나올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다.

이렇게 봤을 때 이태원 사고는 제1수칙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막혔던 핼러윈데이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에 너나없이 달려갔고, 좁은 이태원 거리는 정원초과로 길이 막히면서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

이날도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오후 8시께 1차로 경미한 사고가 발생했었기에 이때부터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졌더라면 사고를 피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1차 사고 이후에도 이태원의 인파는 줄지 않았고, 10시를 넘어서면서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참사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뒤늦은 이야기지만 누군가가 위험을 파악하고, 경각심을 일깨워줬더라면 이 같은 참사는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일본의 안전교육을 떠올리게 해줬다.

일본은 지진과 태풍 등 온갖 재난들이 잇따르다 보니 이미 지난 1930년대부터 학교과정에 안전교육을 시행했고, 1995년 고베지진과 2011년 동일본지진, 1999년 교토 히노 초등생 살해사건과 2001년 오사카 이케다 초등생 살해사건 등이 발생한 이후 안전교육을 더욱 강화했다.

현재 일본 학교보건법은 초등생에게 ‘교통안전’, 중학생에게 ‘재난안전’, 고등학생에게 ‘생활안전’ 위주의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나라시 사호가와 초등학교는 교내 마라톤 대회를 학생들이 준비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운동습관·효과 등은 물론 지역 병원과 경찰 등을 찾아가 마라톤 경기에 따른 안전대책 수립 등 총체적인 안전교육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는 아마도 선생님이 1년간 가르친 안전교육보다 더 가슴 깊이 새겨져 평생 자신의 안전을 지켜주는 효과를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한 오늘, 우리 교육과정에도 이름만 번지르르한 안전교육이 아니라 일본처럼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안전교육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해 본다.
 

이종욱 정치경제부 부국장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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