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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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낙엽이 떨어질 때를 아는 사람을 사랑하라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낙엽이 왜 낮은 데로 떨어지는지를 아는 사람을 사랑하라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한 잎 낙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라
시월의 붉은 달이 지고
창밖에 따스한 불빛이 그리운 날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한 잎 낙엽으로 떨어져 썩을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라
한 잎 낙엽으로 썩어
다시 봄을 기다리는 사람을 사랑하라

<감상> 낙엽을 밟으며 회한(悔恨)에 젖는다. 지난날을 돌아본다. 후회투성이 삶이지만, 그저 묵묵히 나아갈 뿐이다. 그게 삶이다. 주저앉을 수 없다. 내게 주어진 시간과 인연에 감사하면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 받침의 모서리가 닳으면 그것이 사랑일 것이다. 사각이 원이 되는 기적이다.” 시를 읽고 신형철의 글이 떠올랐다. “받침의 모서리가 닳는” 시간을 서로 견디지 못하면 ‘사람’은 ‘사랑’이 될 수 없다. “한 잎 낙엽으로 떨어져 썩을 수 있는 사람”을 찾기보다 스스로가 먼저 그렇게 되어야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진실한 사랑이 그러하듯.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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