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숟가락 흙 속에
미생물이 1억 5천만 마리래!
왜 아니겠는가. 흙 한 술,
삼천대천세계가 거기인 것을!
알겠네 내가 더러 개미도 밟으며 흙길을 갈 때
발바닥에 기막히게 오는 그 탄력이 실은
수십억 마리 미생물이 밀어 올리는
바로 그 힘이었다는 걸!
<감상> 직장을 쉬는 동안 뭘 했는지 사람들이 묻는다. 나는 곧바로 대답했다. “걸었어요.” 쉬는 동안 해파랑길을 비롯한 금오산, 내연산, 비슬산, 신불산, 가지산, 팔공산, 황매산, 지리산 등을 두 발로 걸었다. 걸으면서 알았다. “발바닥에 기막히게 오는 그 탄력이 실은/ 수십억 마리 미생물이 밀어 올리는/ 바로 그 힘이었다는 걸!” 사랑스러운(?) 미생물의 조력을 받으며 혼자서 소처럼 걸었다. 걸었을 뿐인데 소진된 에너지가 다시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걸으면 머리가 맑아진다. 걸으면 영감이 떠오른다. 걸으면 행복해진다. 함께 걸을 짝꿍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인 김현욱>
- 기자명 정현종
- 승인 2022.11.02 17:22
- 지면게재일 2022년 11월 03일 목요일
- 지면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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