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가축의 활용은 인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식량 공급원이자 이동 수단과 전쟁 무기로 쓰였다. 게다가 정착지 개척의 공로자. 미국 과학자 다이아몬드에 의하면 짐승을 길들일 행운은 유럽과 아시아가 차지했다. 아메리카 야마는 말에 비하면 능력이 모자란 동물이라 평했다.

기원전 1500년경 말은 가축화됐다. 다른 짐승에 비해 늦었다. 말은 포유류 유제류 기제목에 속한다. 유제류는 발굽을 가진 초식동물이고 기제목은 발가락이 홀수이다. 속명은 에쿠우스로 말·당나귀·얼룩말이 포함된다. 말은 선 채로 잠을 잔다. 다리에 관절이 구부러짐을 막는 고정장치가 있다.

또한 눈의 시야가 350도나 된다. 거의 사방을 본다는 뜻이다. 경주마가 눈가리개를 하는 이유다. 집중에 방해가 되는 탓이다. 참고로 사람은 160도 정도다. 말은 발길에 무언가 차이는 것을 싫어한다. 일정한 도움닫기 공간이 없으면 장애물을 넘지 못한다. 말은 얼굴이 길쭉하다. 풀을 뜯으면서 주변을 살피도록 눈과 입의 간격이 벌어졌다. 무리를 지어 사는 습성을 가졌다.

고대 그리스 작가인 크세노폰이 집필한 ‘마술론’은 기마에 관한 유명한 서적. 그는 소크라테스 제자이자 군대를 이끈 지휘관이다. 알렉산드로스도 그 책을 읽고 말을 다루는 기술을 숙지했다. 말을 훈련하는 최상의 방법은 ‘배려’라는 논지. 지시를 이행했을 때는 쓰다듬어 주라고도 한다.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 왕실 마구간 일꾼인 게르니엘은 마장마술 보급에 공헌했다. 당시 그가 저작한 ‘기마술’은 승마계 바이블로 여겨졌다. 애정을 가지고 말이 가진 잠재능력을 계발할 것과 침착성·민첩성·순종을 가르치라고 강조한다.

기원전 776년 처음 열린 올림피아제전 종목은 현대의 육상에다가 권투와 레슬링을 추가한 규모다. 요즘 올림픽 마지막 경기는 마라톤이나 고대엔 전차 경주가 피날레였다. 4필의 말이 모는 전차를 타고 속도를 겨루는 시합. 이는 비용이 제법 들기에 명망가도 상당수 출전했다. 아테네 정치가 알키비아데스는 전차 경주에 우승하면서 명성을 더하고 출셋길에 도움이 되었다.

기원전 1세기 지중해 세계를 제패한 로마제국 상징으로 ‘빵과 서커스’가 거론된다. 여기서 서커스는 곡예가 아닌 ‘전차 경주의 주로’를 뜻한다. 검투사 시합과 더불어 로마 민중을 열광시킨 구경거리. 대경기장은 30만 명을 수용했다고 전한다. 타원형 코스를 7바퀴 도는 것으로 대략 4.5km쯤 되었다.

할리우드 영화 ‘벤허’를 보면 대경기장 전차 경주 장면이 압권이다. 백마와 흑마 여덟 마리가 어울린 화려한 전차 싸움은 장쾌한 스펙터클. 자신의 애마와 인사를 나누는 유대인 마주의 대사가 재밌다. “나의 귀염둥이 보물들아. 녀석들은 누굴 먼저 안아주는지 질투한단 말이야.”

고대 로마에서 최고의 마부는 이베리아 출신 디오클레스. 기원전 146년 그를 칭송한 비문이 세워졌다. 전차 경주에 24년 동안 4257번이나 출전했고 그중 1462회를 우승했다고 적혔다. 또한 칼리굴라 황제는 지금 바티칸 자리에 개인용 경마장을 짓기도 했다.

근래 한국마사회 영천경마공원 기공식이 있었다. 서울(과천)·제주·부산에 이어 네 번째 건립. 한국 경마는 조선경마구락부가 설립돼 동대문훈련원 광장에서 처음 시행됐다. 영천경마장은 올해로 100년을 맞은 우리 경마가 일취월장하는 계기가 되리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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