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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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

나무들 한 겹씩
마음 비우고

초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
독약 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바람은 어디로 가자고
내 등을 떠미는가

상처 깊은 눈물도
은혜로운데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이름들

서쪽 하늘에 걸려
젖은 별빛으로 흔들리는 11월

<감상> 인디언 수우족은 11월을 ‘잎사귀가 모두 떨어져 나무가 야위는 달’이라고 했다. 크리크족은 ‘물빛이 나뭇잎으로 검어지는 달’, 푸에블로족은 ‘만물을 거둬들이는 달’, 키오와족은 ‘기러기가 날아가는 달’이라고 했다. 아라파호족의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닌 달’에 눈길이 머문다. 올 4월 별세한 이외수 작가는 11월을 “지울 수 없는 이름들이 서쪽 하늘에 걸려 젖은 별빛으로 흔들리는 달”이라고 썼다. 인디언처럼 달력을 만든다면 당신은 11월을 뭐라고 부르고 싶은가? 나는 ‘오어사 자장암에서 단풍 물고기를 떠나보내는 달’이라고 부르고 싶다. 아이들과 인디언 달력 만들기 시 놀이를 해봐야겠다.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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