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규 대구교대 명예교수
양선규 대구교대 명예교수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성격분류법이 유행합니다. MBTI는 16개의 유형을 가집니다. 일단 외향적인 E와 내향적인 I로 나누고 그 하위분류로 감각형 S, 직관형 N, 사고형 T, 감정형 F, 판단형 J, 인식형 P로 나누어 16개 조합을 만듭니다. 그러니까 외향적인 성격으로 ESTP, ESTJ, ESFP, ESFJ, ENFP, ENFJ, ENTP, ENTJ가 있고 내향적인 성격에는 ISTP, ISTJ, ISFP, ISFJ, INFP, INFJ, INTP, INTJ가 있다는 식입니다. 원래 외향적, 내향적, 그리고 사고형, 감정형, 감각형, 직관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나눈 것은 칼 융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인간 이해의 방도로만 사용했습니다. 이를테면 사고-감정, 감각-직관은 서로 상호텍스트성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사고가 강하면 감정이 약하고, 감각이 강하면 직관이 강하다고 했습니다.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는 늘 그런 식이었습니다. 인간을 하나의 잣대로 일률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심지어는 남자와 여자도 절대적인 인간 구분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그의 유명한 아니마(Anima, 남성 속의 여성성) 이론이 그 대표적인 것입니다. 그의 말에 귀 기울이면 “인간을 자세하게 나누는 것일수록 더 거짓말일 공산이 크다”라는 믿음이 듭니다. 단정적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고요. 인간은 ‘변화하는 존재’라고 한 옛 성인들의 공통된 가르침도 떠오릅니다.

저도 한 갑자 이상 살아보니 제 나름의 사람을 나누는 방법이 생깁니다. 조물주가 사람을 남자와 여자 둘로 나누었으니 하나만 더 보태서 세 부류로 나누어보겠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기성세대를 ‘대표 상징 꿈’으로 분류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1945~1953년 출생자들의 대표 꿈은 용꿈, 1954~1963년 출생자들의 대표 꿈은 개꿈, 1964년 이후 출생자들의 대표 꿈은 돼지꿈이라는 식입니다. 그 본색을 한 번 요약해 보겠습니다.

* 용꿈 : 허황됨. 일종의 스웩(swag)기가 있음. 자아(ego)의 코어가 비어 있어서 돈, 권력, 명예로 그 빈 곳을 메꾸려고 함. 영웅심리가 강하나 약속을 잘 어김. 응집력이 약해서 따로따로 노는 걸 즐김. 제도나 규범을 자신보다 하위에 둠. 자기중심적이라 잘 나가다가 나이 들어서 배우자나 자식이나 친구에게 버림받는 경우가 많음. 서로 간에 상처 주고 상처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김. 다중인격이 많음.

* 개꿈 : 영악함. 제도나 규칙, 자기들끼리의 약속에 목숨 걸 때가 많음.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는 비상한 재주가 있음. 태어날 때는 재수 없었는데(전후세대) 살면서 복 받은 인생임을 자타가 인정함. 돈, 서방, 마누라가 없으면 죽는 줄 알고 부부끼리 죽고 못 삶. 계산적이고 자잘한 소시민적 성향이 강함.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면서도 상호의존적인 집단심리가 있어 잘 뭉침. 선후배를 잘 챙기지만 이해관계에 따라서 배신도 잘함. 해리성 인격장애가 많음.

* 돼지꿈 : 발랄함. 입신출세 위주의 입시교육도 집중적으로 받은 세대임. 소위 ‘알쓸신잡’식의 교양도 풍부함. 표면적으로는 정의지향적이고 선지향적인 삶을 동경하는 포즈를 취하나 입진보일 경우가 많고 앞뒤를 잘못 가려 인간관계나 사회적 위상에서 폭망할 때가 종종 있음. 나름 의리가 있어 자기들끼리는 잘 뭉치나 선배 봉양하고 후배 챙기는 데에는 약함. 성공하지 못하면 실패한 것으로 여겨서 지기 싫어함. 자신의 삶이 축복받아야만 한다고 생각이 강해서 이혼도 잘하고 싸우기도 잘하지만 끝에 가면 결국 싸가지 없음. 과대나 피해망상이 많음.

용꿈 스타일이 그동안 우리 사회의 주류였다면 앞으로는 개꿈과 돼지꿈 스타일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 같습니다. 80년대 이후 출생자들(X세대)도 곧 중요한 역할을 맡겠습니다만 인간을 더 자세히 나누는 어리석은 일은 자제하겠습니다. 돼지꿈 다음에는 돌고 돌아 다시 용꿈으로 회귀할 수도 있겠죠? 아침부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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