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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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살아보다가 더는 못 살 것 같으면
아무도 없는 산비탈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누워 곡기를 끊겠다고 너는 말했지

나라도 곁에 없으면
당장 일어나 산으로 떠날 것처럼
두 손에 심장을 꺼내 쥔 사람처럼
취해 말했지

나는 너무 놀라 번개같이,
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해야만 했네

<감상>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은 살아갈 방법이 없거나, 살 이유가 없을 때 그런 선택을 한다. 지속 불가능한 삶과 무의미한 삶은 맥놀이처럼 보강과 상쇄를 반복하며 고통을 가중한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뿌리내리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도는 사람들을 위해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옮긴다. “사랑합니다. 당신이 존재하기를 원합니다. 너는 이 세상에 있어야 한다.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일이 사랑이고 사랑의 발명이다.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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