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지난 11월 10일 호텔 포항 라한에서 경북일보 주관으로 ‘포항 신라고비와 신라사’라는 주제로 개최된 ‘2022 포항 문화포럼’과 11일의 현장답사에 참석하였다. 기조 강연과 4명의 발제자, 패널 토론자, 일반 참가자의 높은 관심을 느꼈다. 한국선 사장님을 비롯한 경북일보에 고마움을 느꼈다. ‘가을을 아쉬워하는 11월’로 개회사의 운을 떼었는데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기조 강연이나 발제자의 발표 내용을 간추려 보면, 국보 318호 중성리 비(碑)에는, 지방민이 관계된 재산의 분쟁이 있었는데, 지배층에서 합동으로 판결을 내려 분쟁을 해결하고, 재발 방지를 명시한 내용이 담겨 있다. 신라인의 분쟁 해결방식과 관직, 관등, 인명 등이 신라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 내용을 확정하는 중요한 자료이고, 비문의 신라 자생적 질박한 서체가 신라 서예 연구의 좋은 자료로 귀중한 가치를 지닌 기록 문화재다.

국보 264호 냉수리 비는 현 포항시 신광면사무소 마당에 있으며, 비의 전면, 후면, 상면의 삼면에 글자가 새겨진 특이한 비(碑)다. ‘절거리’란 인물의 재산 소유를 인정하는 내용(이전의 결정을 재확인)과 ‘절거리’가 죽은 뒤 弟兒斯奴가 상속할 것, 말추와 사신지는 관여하지 말 것을 결정한 내용이다.

지증왕이 왕 되기 전 갈문왕 지위에 있었던 점, 갈문왕 이하 6부 출신 고위 관리를 왕으로 표현한 점, 신라 국호 斯羅라는 명칭과 部의 이름이 보인다는 점, 이 시기에 개인 재산 상속 및 분쟁의 해결 절차를 보여준다는 점, 소를 잡아 제천의식을 행한 실상이 보인다는 점 등 아주 소중한 기록 문화재다.

앞으로 남은 과제와 활용방안으로 첫째는 두 비(碑) 모두 판독의 일치를 보지 못한 10여 글자의 판독, 비 건립 연대의 확정 문제, 분쟁이 된 재산의 내용 등 학자들이 풀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둘째로는 발표자나 토론자, 방청객 모두의 공통된 의견으로 포항지역 소재 국보 신라고비의 보존 관리와 활용 문제였다. 포항 박물관 건립으로 국보 신라고비가 잘 관리되고, 포항의 문화적 위상도 더 높아지기를 원하고 있었다. 셋째는 포항 냉수리신라비, 중성리신라비를 울진 봉평리신라비와 묶어서 유네스코 기록문화 유산으로 등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늦었지만 문화재청이나 지자체, 학자, 시민들이 힘을 모아 추진해야 할 일이다.

11일. 현장답사에 나섰다. 신라고비만이 아니라, 원각사 조사비, 사정리 비로자나불, 해월어록비, 냉수리 신라비, 법광사지, 냉수리 고분, 경주박물관(중성리 신라비)를 바쁜 걸음으로 답사했다.

왕승호 인솔단장이 해박한 식견과 뚜렷한 주관으로 안내·해설하여 흥해, 청아, 신광 일대의 문화재를 섭렵했다. 흥해의 유래와 별래재, 원각조사탑비, 서정리비로자나불상, 윤락충효리비, 해월어록비, 냉수리 신라비, 법광사지를 바쁘게 답사했다.

냉수리 고분에서 고구려의 흔적을 살피기도 했지만, 오전 답사에서는 해월 선생에 방점이 두어졌다. 수운 선사의 도통을 이어받은 해월은 존재가치를 사람에서 만물에까지 확산, 동학을 ‘실천적 삶의 방식’으로 확립시켰다. 수운 선사와의 만남을 통해 “사람의 소리가 바로 하늘님의 소리”, 인내천(人乃天)의 깨달음을 얻는다. 아녀자도 하늘님이라 한 평등사상이 어린이날 제정으로 이어진다. 

오후 일정. 경주국립박물관에 들러 국보 264호 중성리 신라비와 박물관 안팎의 유물, 고선사지 탑, 성덕대왕신종을 둘러보고 빡빡하고도 알찬 행사를 마쳤다. 경북일보와 포럼 관계자, 인솔단장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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