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대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백승대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11월 들어서 이런저런 연유로 여러 농촌 마을을 찾아가게 되었다. 자작나무 숲을 구경하러 경북 영양군을 방문했는가 하면 종중 시제(時祭)를 모시기 위해 경남 거창군의 고향 마을을 다녀왔다. 지난 주말에는 농촌 마을 살리기를 위한 학생들의 탐사 프로그램에 동행하여 경북 청도군의 한 마을을 찾아갔다. 이들 농촌 마을에서는 공통적으로 젊은 청년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이 60대 이상의 노년층이었다.

우리나라는 이미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는 고령화사회를 지나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들어섰다. 머지않아 2026년경에는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평균 수명의 연장과 함께 초저출산 현상으로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어버린 인구고령화는 사회 곳곳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농촌과 농업은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 현안문제인 지역소멸 현상도 농촌에서 제일 먼저 일어날 것이다.

지난 주말 방문한 청도 마을은 밀양 박씨가 집성촌을 이루는 곳으로 나름대로 전통 있는 반촌(班村)이었다. 대도시인 대구와도 가까워서 강가에 카페와 갤러리가 있을 정도로 관광지로서의 면모도 일정하게 갖추고 있었다. 산촌에 가까운 나의 고향마을에 비해서는 생활조건이나 생활 수준이 많이 나아 보였다. 그런데 새마을문고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마을지도자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 마을에서도 농업 계승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52세인 그 지도자는 고등학생인 자기 아들에게 농업을 승계시키기 위해 미리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아들이 과연 그 마을에서 아버지에 이어 농업을 계속해 나갈지는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도시에서 귀농하여 새로운 농업경영을 구상했던 54세의 다른 주민도 만나보았다. 마을에서 가장 젊은 주민에 해당되는 그에게 큰 고민거리는 혁신적인 농업 경영을 같이할 젊은 우군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 마을에도 주민의 절대다수가 고령층이기 때문이다.

최근 농촌과 농업의 새로운 돌파구로 스마트농업(smart farm)이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 스마트농업을 통해서 농민들도 도시 중산층 못지않은 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농업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전문적인 농업지식이 필요하다. 기존에 농사를 지어온 고령층 농민들도 스마트농업을 시도할 수 있으나 그 성격으로 미루어봤을 때 청년층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스마트농업을 위해서는 먼저 청년 농업인 양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청년들이 농촌에 정착하여 농업을 이어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농촌 정착에 필요한 주거시설과 경작지, 농기계 확보를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스마트팜과 같은 새로운 농업을 시도하는 데 필요한 전문지식 습득과 시설 구축을 뒷받침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농업 선진국에서는 이미 청년 농업인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 정책을 마련하여 청년들의 농촌 정착과 농업 계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미국의 미래 농부들(Future Farmers of America)>이라는 조직을 통해 청소년(12~21세)을 대상으로 농업 경영과 기술을 교육함으로써 청년 농업인의 인재풀을 키우고 있다. 그 밖에도 네덜란드와 스위스 등 유럽 각국의 청년 농업인 양성을 위한 정책도 참고할 만한 하다. 이제 농촌 정책은 기존의 고령층 농민들에 대한 생활 지원 차원을 넘어서서 지속가능한 농촌과 농업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년층의 농촌 정착과 농업 계승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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