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섭 대구한의대학교 미래라이프융합대학장
김문섭 대구한의대학교 미래라이프융합대학장

대구·경북의 청년인구 유출이 해마다 지속되고 있다. 청년인구의 역외 유출은 지역의 산업과 미래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을 떠난 청년들이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 동안 약 12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대구지역만 보면 2012년 이후 최근 10년간 20대 청년 6만6천529명이 대구를 떠났다고 한다. 올해 2분기 기준 대구 유출인구 3천 181명 중 20대가 과반수를 넘는 1천628명 이였다. 특히 유출인구 가운데 고학력 및 고숙련 직종 종사자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유출인구의 55.1%가 대학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인구 유출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직장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지역에서 그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볼 수 있다. 또는 지역의 산업구조와 청년들의 희망직종이 서로 맞지 않아 소위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구·경북은 전통적으로 섬유, 자동차 부품 등 제조업의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청년들의 종사 직업군은 전문가, 사무종사자, 판매종사자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역의 주력 산업과 청년들의 희망 직종이 서로 다르면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지자체와 산업계 그리고 교육계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어느 한 편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에는 너무 복잡한 관계 속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이기에 쉽지 않아 보인다.

유출인구 중 절반이 넘는 수가 대학졸업 이상의 고학력자로 나타난 것은 매우 심각하게 보인다. 대구·경북은 인구구조에 비해 대학이 상대적으로 많이 존재한다. 특히 경북 경산은 전국에서는 보기 드물게 12개의 대학이 있으며 7만5천 여 명의 대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소위 세계적인 대학도시라는 명칭이 틀리지 않은 말이다. 경산의 대다수 대학은 대구경북을 근거지로 하는 학생들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대학 졸업 후 지역에 정주하지 못하고 수도권 등 타 지역으로 옮겨 간다는 것은 대학이 지역의 산업과 밀접한 연관성 없이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학은 지역의 인재를 양성하여 지역의 산업을 이끄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여 배출하는 것이 주요 기능의 하나이다. 더 나아가 지역산업을 혁신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는 연구 및 인적 자원을 개발함으로써 지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대학의 연구소는 연중무휴로 불이 꺼지지 않고 각종 성과들을 만들어 내어 이를 지역산업에 이전하고 전파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의 연구소는 주로 대학원 학생과 연구원들이 중요한 자원이 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대학원에 진학하는 대학 졸업생이 부족하여 지역의 각 대학원에서는 학생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불안정한 진로 때문일 것이다.

대학의 주요 기능이 교육과 연구 그리고 봉사라 할 때 연구의 기능이 약화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대학의 생존과 더불어 지역, 더 나아가 국가의 과학 기술의 경쟁력의 약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대학이 지역 특화된 전문인력과 연구인력을 양성하여 배치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지원과 투자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대학이 홀로 이를 감당하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어 쉽지 않아 보인다. 지역의 고급인력이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연관 산업과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국가와 지자체 그리고 대학과 산업계가 팔을 걷고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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