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인생에서 결코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세상살이에는 공짜가 없고, 영원한 비밀이 없고, 정답이란 것도 없다. 공짜와 비밀, 그리고 정답은 인생에서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다. 동시에 인간이라면 필연적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는 문제다. 공짜에 눈길이 끌리고, 비밀을 만들어 지키려고 애쓰며, 인생의 정답을 찾아 헤매는 것이 우리 인생사다. 그래서 이 세 가지를 어떻게 해석하고 다룰 건지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고 정의를 내리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첫째, 인생에는 공짜가 없다. 힘이나 돈을 들이지 않고 거저 얻는 것이 공짜다.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세상과 단절하고 혼자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작든 크든 세상과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우리가 공짜로 받은 것은 누군가가 값을 치렀을 것이다. 그 누군가에게 갚아야 할 것이다. 결국은 우리도 누군가에게 공짜로 무언가를 주어야 한다. 베풀어야 한다. 받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이 있어야 한다. 공짜는 없는 것이다. 베풀 생각 없이 공짜를 좋아하다 망신을 당하는 사람이 많아서 탈이다.

공짜의 유혹은 우리를 파멸시킬 가능성이 크다. 공짜는 덥석 무는 게 아니다. 쥐약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인생이 뜻대로 안 될 때 공짜의 유혹 앞에서 쉽게 무너진다. 공짜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직장이든, 연애든, 결혼이든 어려움의 길로 빠져들게 된다. 서서히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빠져들게 된다. 그저 먹을 생각은 말아야 한다. 자신도 망치고 사회도 망친다.

인생은 유기적이다. 유기적인 세계관을 가졌던 다빈치는 “모든 것은 모든 것에서 나오며, 모든 것은 모든 것으로부터 만들어지고, 모든 것은 모든 것으로 돌아간다”라고 했다. 즉,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들이(자연, 우주, 사물, 인체 등) 상호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복잡한 유기체라는 의미이다. 우리가 타인에게 주는 영향은 부정이든 긍정이든 모두 우리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다. 그래서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이다. 타인에게 받은 만큼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고진감래(苦盡甘來)도 같은 이치다. 고난을 이겨내면 그 대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힘들어도 견디는 것이다.

세상엔 비밀이 없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믿었던 친구에게 털어놓은 비밀이 어느새 돌고 돌아 내 귀에 다시 들린다. 정말로 세상에 비밀이 없는 이유가 뭘까? 사람은 누구나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치지 않으면 미친다. 이 세상에 완벽한 비밀은 존재할 수 없다. 옳지 않은 일을 비밀이랍시고 만드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자.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비밀이라도 지켜주고 싶은 아름다운 비밀이 있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비밀, 혼자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아름다운 비밀도 있다.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한 심중의 말도 있겠지만, 아름답지도 않은 비밀을 일부러 흘려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책임을 져야 한다. 너와 나만의 아름다운 비밀이 아니라, 책임져야 할 비밀이면 만들지 말아야 한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인생은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인생의 의미가 고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인생의 정답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찾아놓고 보니 정답이 아니다. 정답이 바뀌었다. 정답이 있든 없든 간에 정답을 찾아 헤매는 삶을 살아야 한다. 정답을 찾아 헤매는 과정이 인생이다.

인생에 없는 것 중 ‘공짜’는 있어도 찾지 말고, 아름답지 않은 ‘비밀’은 만들지 말고, 인생의 ‘정답’은 없을지라도 찾으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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