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겸 영덕군선거관리위원회 주무관

“정치후원금 기부하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안타깝지만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이 만연한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렇기에 정치인이나 정당을 선뜻 후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후원금을 기부하지 않는 것이 나 자신,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게 더 나은 길일까? 정치후원금을 정치인에게 주는 선물이 아니라 일반 유권자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내가 지켜보고 있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자연스럽게 정치인에게 압박을 주어 깨끗하고 공정한 정치 활동을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정치가 우리 사회의 필수불가결한 존재라는 사실은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정치 활동에는 필연적으로 많은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정치후원금을 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부유한 사람들만 많은 정치후원금을 기부한다면 정치인들이 정치후원금의 유혹에 빠져 특정한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그들의 말 한마디에 휘둘릴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정치는 우리와 더욱 멀어지고 부자들만의 소유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러 명의 보통 사람들이 후원금을 낸다면 정치인들도 우리 보통 사람들의 의견을 더욱 경청하고 우리를 대변하는 정책을 수립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비록 작은 금액이라도 여러 사람이 후원한다면 거액을 기부하는 후원자와 정치인 간에 청탁이 발생할 여지와 편향된 정치 활동을 방지할 수 있고, 정치인도 정치 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 또한, 투표하거나 정치인이 되거나 정당에 가입하는 것 외에 정치후원금을 기부하는 것도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한 지지나 관심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소액 다수의 정치후원금 기부는 깨끗하고 건전한 민주주의의 발전에도 기여하여 우리 손으로 성숙한 정치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 따라서 정치후원금 기부란 단순히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할 뿐인 소극적 행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정치인이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의미 있는 정치 참여 행위이다.

특정 정치인이나 후원회에 후원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나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없는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금을 기탁하는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치후원금 센터를 통한 기부 방법도 다양하고 간편하다. 인터넷뱅킹, 폰뱅킹, ATM, 무통장입금, 신용카드, 신용카드 포인트,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휴대폰 결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부할 수 있다. 매년 막대한 규모의 신용카드 포인트가 소멸되는데, 신용카드 포인트를 통한 후원금 기부의 경우, 후원자는 세액공제를 통해 소멸될 신용카드 포인트를 현금화할 수 있고 정치인은 투명한 정치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국세청에서 결정된 종합소득산출세액이 10만 원 이상이라면 정치후원금은 연간 최대 10만 원까지 전액을, 10만 원 초과 시 15%, 3000만 원 초과 시 25%까지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소액 다수의 후원금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고 정치문화를 선진화하려면 정치인과 국민 모두 노력해야 한다. 정치인은 국민과 대화하며 국민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진정으로 국민과 국가에 도움이 되는 바른 정치가 무엇인지 직접 보여줌으로써 유권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은 정치를 우리와 동떨어진 것으로 간주하지 말고 후원금 기부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사회를 잘 이끌어나갈 정치인이 누구인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소액이라도 좋다. 후원금 기부가 부담스럽거나 어렵게 생각된다면 1~2만 원의 작은 금액이나 소멸될 신용카드 포인트를 기부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훗날 폭풍우를 일으킨다는 나비 효과 이론처럼 우리의 작은 행동이 향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의 미래 사회가 어떤 모습이 될지는 바로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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