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문화회관장
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문화회관장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속담 빈말이 아니다. 코로나세상 전 세계는 물론 우리나라도 매일 수십 명이 하늘나라로 잡혀가는 생생한 현실을 겪어보니 삶에 애잔함이 더 생긴다. 여태껏 지지고 볶으며 살아온 희로애락 지나간 세월이 무효다. 죽으면 모두 다 무효다. 무조건 살아있네~ 살아있어~소리 들으면서 아프지 않고 많이 행복하면 장땡이다. 새로운 철도, 도시철도, 도로, 공항이 생겨 세상이 편리하고 갈수록 좋아진다. 지구는 우주에서 보면 가장 아름다운 행성이며 지금 지구에 살아있는 누리는 자는 행복하다.

강산도 변한다는 십 년 전 고향 경상도 뿌리 상주(尙州)에 있을 때다. 꽃피고 새우는 따뜻한 봄날 총동창회 모임에 환갑이 되어서야 처음 나타난 친구가 나를 보고 대뜸 한다는 첫마디가 “살아있네~” 하는 것이다. ‘얼굴 좋다’ ‘건강하네’ 이런 말 기대했는데 그 순간은 한 방 맞은 기분으로 얼떨떨했다. 반가운 마음에 건성으로 악수만 하고 지나쳤지만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하니 서운한 감이 든다.

환갑을 갓 넘긴 중간 늙은이들이 졸업 후 한참 만에 만나 첫 말 한마디가 “살아있네~”라니 “그렇다면 지구를 떠나 없기를 바랐나” 하는 서운함은 물론 괘씸하고 분노까지 치밀어 오른다. 60년 주기인 한 사이클 마감하고 부메랑 되어 되돌아 다시 제2 인생 시작되는 환갑을 맞도록 오랜 세월을 살기는 살았다. 살얼음판 코로나 일상에도 버티며 용케 살아남아 “살아있네~” 그 말 중얼거려 새겨보니 위안도 된다.

파란만장한 인생 역경 속에 긴 세월 살아오면서 한두 번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서 죽을 고비 넘긴 것을 생각하면 “살아있네~”라는 말이 도리어 감사해야 할 말이 아닌가 하며 좋은 감정으로 받아 드리니 마음이 편하다. 요즈음도 줄지 않는 막바지 코로나 퇴치 기도하러 완전무장하고 성모당에 간다 .

지난 3년간 지루한 암흑 코로나 일상 2022 흑호(黑虎)의 기운 받아 끝이 보이고 있다. 다가오는 2023년 계묘년 (癸卯年) 토끼해는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에 토끼처럼 마스크 벗고 뛰놀고 들락거리는 코로나 없는 세상 살아보자. 진짜 코로나 지옥에서도 살아 돌아온 보약 같은 친구 만나는 정겨운 총 동창회 모임 손꼽아 기다려진다.

이린시절 추억 다진 교정에서 고기 국밥 먹고 술잔 들고 ‘위하여’ 삼 창 우정 키우자 선 후배와 으싸으싸 줄다리기에 영차영차 열차경기 어깨동무하며 기별 노래자랑 스트레스 코로나 트라우마 한 방에 날리자. 우리 조상도 모이면 창과 춤이다. 삶의 재충전 부르고 뛰고 흔드는 파워덩어리 일상이 본래의 동창회다. 살얼음판 숨 막힌 코로나 일상에도 버티며 살아남아 “살아있네~” 외치자.

“자네도 살아있네~살아있어” 화답하자. 친구야! ‘뼈에 박히고 가시가 있는 말도 우리는 씹어 삼킬나이며 녹일 뜨거운 가슴이 있잖아’ “모두 건강하게 오래 살아보세” 지난 세월 다 무효다 코흘리개 동무 친구야 술 담배는 물론 운동으로 뱃살도 줄이고 남은 세월 아프지 말고 멋지고 즐겁게 후회 없이 한 번 더 잘살아 보자. 몸과 마음 영혼마저 코로나 세상에서 살아 남았잖아 모두 힘차게 살아있네~ 살아있어~ 큰 소리로 합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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