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복 포항사회네트워크 대표
김유복 포항사회네트워크 대표

임인년(壬寅年) 호랑이해가 저물어 간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들고 아쉬운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해가 됐던 것 같다. 연초부터 논란이 된 포스코홀딩스 문제가 시가지를 뒤덮은 붉은 현수막 시위로 이어지면서 호랑이의 기개를 펼치지도 못한 채 지역을 어렵게 했다. 미완의 합의로 수면 아래 잠겼지만 새해에는 지역의 미래와 글로벌기업 포스코의 역사에 오점이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헝클어진 지역 민심을 뒤로 한 채 국가의 명운이 걸린 대통령선거가 3월에 치러져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연이은 6월 지방선거는 공천 잡음으로 혼탁했지만 무사히 선거를 마치고 제8기 민선시대가 시작됐다. 지역 최초로 3선 시장이 탄생했고 새로운 의회가 구성되면서 역동적인 청사진을 내보인 지자체의 결연한 의지가 지친 시민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기도 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위드코로나로 접어들면서 암울했던 3년에서 벗어나 지역 경기도 숨통이 트이고 잃어버린 일상을 찾은 시민들에게 모처럼의 여름은 뜨거운 햇살만큼이나 불타는 듯했다. 하지만 9월 들어 시간당 110mm가 넘는 폭우를 동반한 태풍 ‘힌남노’가 강타하면서 엄청난 재산피해는 물론 인명피해까지 가져와 또다시 지역민들을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지역경제의 대동맥인 포스코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 공장이 침수되고 가동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으며 철강공단을 비롯한 지역의 크고 작은 공장들이 침수되고 무너져 생산 활동이 마비되는 등 산업 전반에 엄청난 손실을 가져왔다. 또한 곳곳의 하천이 범람하고 제방이 무너져 시가지, 주택뿐만 아니라 시장과 상가가 침수돼 일순간에 보금자리와 일터를 잃고 흙탕물로 변한 전쟁터로 내몰리고 말았다. 5년 전 지진의 고난을 이겨낸 시민들에게 ‘힌남노’가 또다시 시련을 줬지만 강인한 시민정신으로 뭉친 지역민들에게 전국의 따뜻한 구원의 손길이 달려와 구슬땀을 흘리며 피해 복구에 동참해 줬으며 해병부대 장병들이 온 시가지와 가옥에 덮친 흙탕물과 싸움을 하는 모습에 진정한 이웃 사랑의 힘을 보았다.

태풍이 몰고 온 고통의 시간이 100일을 넘기면서 지역에는 안전도시 건설의 숙제가 남아 있지만 이번 태풍피해 복구에 절치부심한 이강덕 시장을 비롯한 공직자들의 헌신과 노고에 감사를 드리고 전국에서 답지한 봉사와 희생을 잊지 말아야 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시민정신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며칠 전 포스코 복구의 최대 난관이었던 2열연공장 가동 소식에 포스코와 포항시, 연관업체들이 한마음으로 헌신, 노력한 결과로 예상보다 빠른 복구가 이뤄진 것이라 더욱 값진 교훈이 아닐까 한다. 포스코도 이번 태풍피해 복구를 통해 상생의 의미를 또다시 절감했을 것이다. 함께하면 더 멀리 갈 수 있음을 보여준 일이다.

이렇듯 다사다난한 해였지만 보람되고 기억할 만 한 일들도 많았다. 코로나 일상을 위로하는 ‘포항음악제’와 이차전지 선도도시의 꿈을 키운 에코프로의 통 큰 기부와 투자가 희망을 보여줬으며 각 방송 매체마다 ‘스페이스 워크’를 위시한 명소가 연이어 소개되면서 지역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그리고 영국 녹색 깃발상 인증과 아시아도시경관상을 수상한 ‘포항철길숲’으로 그린웨이 프로젝트가 빛을 내기도 했다. 또한 포스코가 100년을 쓸 수 있는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리튬이 매장되어있는 아르헨티나 염호(鹽湖)를 개발한다는 뉴스에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13년 연속 1위에 선정됐다는 소식 등이 우리를 기쁘게 한다.

다가오는 계묘년(癸卯年) 새해는 순박하고 선한 토끼처럼 평안하고 행복한 삶을 이어가는 ‘꿈이 있는 풍경’이 지역사회 곳곳에 그려지기를 소망하며 시민 모두의 가정과 일터에도 꿈과 희망이 함께하는 나날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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