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문화회관장
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문화회관장

새해는 밝아 나이가 많아진다.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막내아들 대학 시험 뜬 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구성지게 부르는 인생 노년 김광석 노래다. 길거리나 반월당 지하광장 도시철도 타러 나가면 장수화와 고령화로 노인천국이다. 젊을 때와 달라 걷기도 힘들고 느리다. 전동차에 유모차에 몸을 의지하고 목발 지팡이로 억지로 걷는 분 보면 남의 일이 아니다.

날이 가고 달이 바뀌며 햇수가 쌓이면 연세가 많아 피등피등한 근육이 빠지며 오그라들어 늙으며 노후한다. 사람이나 자동차나 기력의 힘(power)이 빠져 탄력과 속도가 떨어진다. 또 한 해가 저무는 눈 오는 늦은 밤 칼바람 눈송이 리듬을 타는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멜로디는 황혼에 접어드는 노부부의 실상이다.

미래세대도 다가오는 선배세대인생이기에 회상하며 허무와 고독을 씹는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축복이고 감사해야 한다’는 성경의 말씀이 있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도 눈이 보이야 되고, 귀가 들려야 되며, 말해야 하며, 받을 팔이 있어야 하며, 걷을 수 있는 다리가 갖추어야 하기에 그렇다. 더구나 ‘숨 쉬고 살아있는 이 순간 우리는 걸어 다니며 존재하다’는 것만 해도 행복하고 감사할 일이다. 평생 침대 누워서 거동 못하는 분들을 보면 눈물 난다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배고픈 근대화 시절 같으면 ‘60이 한평생’이라고 했다.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최첨단 세상으로 ‘백세가 한평생’이라고 들 말한다. 사람이 태어나서, 학교 다니고, 직장 잡고, 결혼해 아들·딸 낳아 키우고 결혼시킬 쯤 되면 뒷바라지한 세대는 대부분 나이가 환갑 전후가 된다. 물 흐르듯 세월도 또한 세대가 지나간 것이다.

‘지금 다시 태어나서, 다시 살아라’ 하면 자신이 없다. 한 많은 60년 회갑을 그냥 보낸 세월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쁘고 좋은 일도 있었지만 파란만장한 시련과 아픔에 죽을 고비도 몇 번 넘긴 바람 앞 촛불 같은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생존하는 자체만도 감사하며 눈물을 먹으며 살아 버티어 온 긴 세월이 억울해서도 생명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 남은 인생 값지게 살겠다.

인간 세상은 총성 없는 전쟁이라며 당기고 밀어내며 서로 앞서려고 발버둥을 친다. 끝까지 사신 인생 선배님의 고언에 의하면 꼴찌라도 좌절과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달리라는 것이다.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인생의 승리자라고 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고, 산 입에 거미줄 치는 일이 없다’는 속담처럼 속절없고 매정한 인간사회는 아니기에 맨몸뚱이라도 자기 몫은 있다. ‘60대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며 창가에 기대어 본다. 늙어도 걸어 다닐 수 있는 것만도 행복하다. 깨달아 아프지 않도록 온 몸 관리 들어가자 발가락에 티눈 나서 못 걸을 때 생각하면 걷는 것도 행복이다. ‘떠나가면 알 거야 있을 때 잘할 걸, 아프면 건강 최고 합창’ 자동이다.

땅거미가 지는 대구 성모당 성직자묘역 가로등 불빛을 바라보면서 가로등이 꺼지면 “내일이란 새벽이 오겠지” 넋두리 자동 백세시대 무임승차 지금 사는 복 받은 60대 황혼이 아닌 신세대 청년이다. 지구 상에 하나뿐인 고귀한 생명 60대를 맞는 모두는 백세 평생 중반에서 숨을 고르며 ‘바깥세상 구경하는 걸어 다닐 수만 있는 것도 행복하다’며 재출발로 후회 없이 열심히 살겠노라고 한 살 더 먹는 새해 벽두에 아자아자 ‘파이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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