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택 국립등대박물관장.

등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바다에서 길을 알려주는 등대와 같은 시설물을 항로표지라 한다. 바닷길을 지킨 항로표지가 마지막으로 안착하는 곳은 포항에 있는 국립등대박물관이다. 대륙과의 길이 끊기고 삼면이 바다인 우리에게 바다는 장애물이 아니라 세계와 이어주는 통로이다. 이 길을 지켜주는 바다의 교통 신호등, 항로표지. 직접 배를 탔던 나로선 차갑고 거친 북태평양을 넘어 저 멀리 등댓불을 보았을 때의 안도감이 잊히질 않는다. 박물관에서 그 빛을 내어주었던 등명기들을 다시 볼 때면 가슴 깊은 곳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낀다.

지난 2022년 7월 1일 국립등대박물관은 풍요로운 해양문화공간으로 변모하기 위해 확대 건립을 마치고 재개관하였다. 재개관 이후 반년 동안 10만 명의 관람객이 등대박물관을 찾아주었다.

등대박물관은 1985년 산업 기술의 발달과 시대적 변화로 점차 사라져 가는 항로표지와 장비들을 보존, 전시하고 그 역사를 연구하기 위해 호미곶에 설립되었다. 올해로 개관 38년이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항로표지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다시금 뛸 준비를 하고 있다. 새롭게 개관한 전시관은 고대 금관가야의 횃불에 대한 기록에서부터 근대식 등대의 형태를 갖추게 되는 대한제국 시기, 우리나라가 항로표지 장비를 직접 만들게 되기까지 항로표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빛, 소리, 전파가 항로표지에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과학의 원리를 놀이로 풀어내 누구나 배우고 체험하며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등대박물관은 항로표지가 바다를 안전하게 항해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하며, 국민의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왔다. 더 나아가 세계 최대의 등대박물관으로서 질적 성숙 단계로의 도약을 위해 수집 소장품을 내실화하여 다양한 항로표지 용품을 국민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또한, 경북에 단 3곳뿐인 국립박물관 중 1곳인 지역 문화예술기관으로써 지역 구성원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할 예정이다.

내가 바다 한가운데서 저 멀리 등대 빛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이곳 등대박물관에 담겨 있다. 많은 분들이 등대박물관에 방문하여 그 감정을 추억으로 가져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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