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개社 에너지 비용 부담 현황조사…절반 이상 '매우 부담'
2분기 재인상 불가피에도 사용량 절감 힘들어 기업들 곡소리

전국 제조중소기업 에너지비용 부담 현황조사. 그래픽=경북일보 양경석
전국 제조중소기업 에너지비용 부담 현황조사. 그래픽=경북일보 양경석

“전기를 가지고 쇠를 녹이는 업계 입장에서는 한 번에 많은 폭으로 오르는 요금이 큰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대구경북주물협동조합 윤민구 전무는 전기요금 인상 기조에 따라 부담을 느끼는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전력이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대상으로 지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h당 총 19.3원을 올린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13.1원을 추가 인상하면서 전력수요가 많은 업종의 부담은 이미 커진 상태다. 올해 2분기에도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역 기업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윤 전무는 현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9∼20%라며 추가 인상 폭이 표면적으로 7∼8% 정도 오른다고 하지만, 심야 업무 등을 고려하면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부담은 두 배 정도 높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에너지 보조설비 설치 등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일부 업체가 지원받거나 금전적 부담이 있는 만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경북·대구 지역 중소기업을 포함한 전국 중소기업계에서도 전기요금 인상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9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4일부터 27일까지 전국 309개 제조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에너지비용 부담 현황조사’가 이뤄졌다.

이 조사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한 업체의 비율은 94.9%, 매우 부담이라고 답한 기업비율만 절반 이상(50.2%)을 기록했다. 비금속과 금속, 식품, 섬유, 기계, 플라스틱 등 업종에서 체감하는 전기요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컸다.

종사자 규모별로 살펴보면, 20∼49인과 10∼19인 중소기업에서 매우 부담이라고 답한 비율이 각각 53.6%, 52.2%로 집계됐다. 매우 부담 비율이 40%대인 5∼9인(46.0%), 50인 이상(46.2%) 중소기업보다 높은 응답 비율을 나타냈다. ‘다소 부담’이라고 응답한 기업까지 포함한 전체 응답률은 90% 이상을 기록해 대부분 기업이 전기요금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 대응계획에 대한 물음에는 ‘특별한 대책 없음’이 69.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냉·난방, 조명 등 비핵심 사용량 절감’(30.7%)과 ‘고효율설비 설치 또는 도입계획 수립’(7.1%) 등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요금 인상과 관련해 현재 에너지 사용량이 ‘반드시 필요한 수준으로 더는 절감할 수 없다’고 답한 기업 비율은 51.5%로 파악된 반면, ‘인상 폭 만큼 절감할 것’이라고 밝힌 기업 비율은 4.2%에 불과했다.

전기요금 절감 애로사항으로는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 추세 지속(과도한 속도)이 42.4%로 가장 높았고, ‘설비 특성상 24시간 가동 불가피’와 ‘예측 불가능한 거래처의 발주패턴’이라고 답한 비율은 각각 19.7%, 16.8%로 집계됐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지원 정책으로는 ‘중소기업 전용요금제 등 요금개선’이 82.5%로 1위를 차지했다. ‘노후기기 교체 지원’(27.2%)이나 ‘태양광 등 에너지 보조설비 도입’(14.2%) 응답률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정부 지원 관련 업체의 자부담과 시스템 개선 비용 등을 고려하면 기기교체 지원이나 보조설비 도입보다는 요금 개선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정책이라고 보는 것이다.

실제 전기요금 개선과 관련해 가장 시급한 부분으로 55.7%의 기업이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인하(전기요금의 3.7%)’를 꼽았다. 또 ‘계절별 요금 조정’(21.6%)과 ‘시간대별 요금 조정’(16.1%)을 희망했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빠르면 다음 주 부터 산업현장에서는 1분기 전기요금 인상분이 반영된 요금고지서를 받아보게 되는데, 본격적인 제조업 경기침체의 신호탄이 될 우려가 있다”며 “중소기업 부담완화를 위해 중소기업 전용전기요금제 신설 또는 전력기반기금부담금 완화, 고효율기기 교체지원 등 중장기 체질개선 대책과 분할납부 도입 등 단기 납입부담 완화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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