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석 고령군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계장

펭귄이 사냥을 하기 위해서는 바다로 뛰어들어야 하지만, 바다에 어떤 천적이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쉽게 뛰어들지 못한다고 한다. 그런데, 용기를 낸 한 마리가 바다에 뛰어들면 펭귄 무리가 이를 따라서 줄줄이 바다로 뛰어든다. 이렇게 처음 용기를 낸 첫 번째 펭귄을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이라고 부르며, 우리는 이를 ‘선구자’라는 의미의 관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선거, 특히 후보자와 유권자의 밀착도가 높은 조합장선거에서는 돈 선거를 척결하는 것이 가장 큰 숙원이다. 1988년 직선제 도입 후 불법·혼탁선거로 얼룩지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의무적으로 위탁하도록 법을 개정한 것이 벌써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조합장선거 때마다 돈 선거의 양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에 선관위는 이번 조합장선거에서 돈 선거 근절을 제1의 목표로 삼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선관위와 수사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돈 선거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어쩌면 이는 빙산의 일각을 깨는 수준밖에 안 될지도 모른다. 선거인 집단이 한정적이고 폐쇄적이어서 금품 제공이 더욱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특성을 감안하면, 조합장선거에서는 유권자의 신고·제보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하다.

물론 혈연·지연으로 얽히고설킨 지역사회에서 누군가의 잘못을 드러낸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천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바다로 뛰어들지 못하는 펭귄처럼, 신고하면 좁은 동네에서 살아가기 힘들까 봐, 후보자가 건네는 돈을 거절하고 싶어도 그러면 자기편이 아니라고 생각할까 봐 우물쭈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펭귄이 바다로 뛰어들어야 먹이를 구할 수 있듯이, 돈 선거에 직면한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자만이 자신을 지켜낼 수 있다. 천적이 두려워 펭귄이 입수를 하지 않으면 추운 남극에서는 먹이를 구할 길이 없다.

검은돈을 받은 사람이 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언제 처벌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내내 살아가야 할 것이고 적발 시 최고 3천만 원의 과태료에 처해질 수 있다.

이왕 용기를 내었다면, 신고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조합원 모두가 ‘퍼스트 펭귄’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용기를 내어 바다로 뛰어든 조합원에게 우리 법은 천적으로부터 보호막을 만들어주고 있다. 제공 받은 금품을 반환하고 자수한 사람은 과태료를 면제 또는 감경해주고, 자수자특례규정에 따라 철저한 신원보호를 해준다. 위반행위를 신고하여 돈 선거 근절의 선구자가 된 ‘퍼스트 조합원’은 최대 3억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는데, 이 또한 익명으로 수령할 수 있다.

이번 조합장선거에서만큼은 조합원 모두가 돈 선거 근절의 선구자로서 ‘퍼스트 조합원’이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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