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섭 대구한의대 교학부총장
김문섭 대구한의대 교학부총장

근대 대학의 효시는 베를린대학이다. 현재는 훔볼트대학으로 불린다. 베를린대학은 프로이센의 문화교육부 고위공무원이었던 빌헬름 폰 훔볼트가 1810년 당시 프로이센 개혁의 일환으로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의 명을 받아 설립을 하였다. 훔볼트는 이전의 대학이 강의중심이었던 대학체계를 강의와 연구가 결합된 새로운 기능을 갖는 컨셉으로 구상하였다. 이렇게 해서 당시 이전의 대학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대학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베를린대학은 오늘날 대학의 전형이 되었으며 근대 대학의 시작점이 되고 있다. 대학을 방문하면 교수가 상주하는 공간인 교수연구실 그리고 이공계열의 경우는 실험실이 함께 위치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대학의 주요 기능인 연구가 함께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전통적인 개념의 대학 학습의 공간이 바뀌고 있다. 캠퍼스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배움의 공간으로 찾아가서 교육을 받았던 형태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원격대학들이 만들어 지면서 집에서 대학교육을 받는 것이 가능해졌다. 최근에는 아예 대학이라는 공간이 없이 학생들이 글로벌 지역과 현장을 학기마다 옮겨 다니며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새로운 컨셉의 대학이 등장하였다. 미네르바대학이라 불리는 이 대학은 지역이라는 범주를 깨고 전 세계에서 학생들을 모집하며 교육 또한 전 세계의 주요 도시 및 산업체와 연계하여 현장 실무교육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대학에서 연구해서 나온 결과를 산업체로 되돌려 주던 방식이 이제는 아예 산업체로 대학이 옮겨가서 현장에서 습득하는 지식이 다시 대학으로 되돌아오는 형태가 되고 있다. 대학과 산업계는 이제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과 산업계의 관계보다도 더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 지자체이다. 정부는 대학정책의 주요 내용의 하나로 정부 중심에서 지자체 중심으로 지역발전과 연계하여 대학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동시에 대학은 지역혁신의 중추기능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자체가 대학을 지원하면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그 효과가 다시 지자체로 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지자체의 특성과 산업이 대학교육에서 잘 반영될 수 있는 교육을 원하게 될 것이다. 물론 거시적으로 국가차원의 교육방향을 설정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무튼 지자체와 대학은 이제 서로 마주 보면서 상생하는 전략으로 그 역할들을 다 함으로서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앞으로 대학의 미래는 기존의 제도와 틀을 얼마나 과감하게 깨면서 새로운 틀을 만들어 가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997년 피터 드럭커는 대학이 변혁을 이루지 못하면 30년 뒤 현재의 대학제도가 사라질 것이라고 하였다. 그의 말대로 현재 대학은 대변혁의 과정에 있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 역시 기존의 교육방식으로는 2030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대학은 그들이 말한 바와 같이 시대로부터 혁신을 요구받고 있으며 변화하지 못하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대학이 부지기수다. 특히 지역의 대학들은 인구구조변화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안과 밖으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스스로의 혁신뿐이다. 자신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조직이 어떻게 지역과 국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한국의 대학은 이제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고 실천하는 일만이 남아있다. 대학이 역사의 유물로 남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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