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천 한국지역난방공사 상임이사·사업본부장
정상천 한국지역난방공사 상임이사·사업본부장

최근 우리나라의 계절별 기후를 살펴보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겨울이 겨울답지 않고 비교적 온난한 동절기를 보내고 있다. 올해 1월에 근래 보기 드문 최강한파가 몰아쳤다고 하지만 일주일을 넘기지 않았다. 예전에는 한강 물이 얼면 사람뿐만 아니라 우마차도 건너다닐 정도로 결빙이 되었다. 1970년대부터 한강이 잘 얼지 않고 있으며, 요즈음에는 살짝 살얼음만 어는 정도이다. 겨울 동안에 사흘은 춥지만 나흘은 비교적 따뜻한 날씨가 반복된다는 ‘삼한사온(三寒四溫)’도 이제 옛말이 되었다. 한반도에 아열대기후의 특징이 나타나고 있으며, 우스갯소리로 ‘서울시청 앞에서 조만간 바나나를 따먹을 날도 멀지 않았다’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기후변화 현상은 지구촌 곳곳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기후 온난화로 스위스 스키장에는 눈이 사라지고 있고,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는 점점 해수면 아래로 잠겨가고 있다. 매년 발생하는 캘리포니아 산불의 규모와 빈도도 늘어나고 있고, 호주와 그리스 등에서도 산불이 매년 발생하여 방대한 규모의 대지를 태워버리고 있다. 대형 산불의 발생으로 엄청난 양의 탄소가 배출되고, 이로 인해 지구 기온이 더욱 상승하여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작년 5월까지 50도가 넘는 이상 고온이 지속되다가, 6월부터 3개월간 비가 내려 국토의 30%가 물에 잠기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로 인해 국민의 15%인 3천3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다. 현재까지 지구의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평균 1도 상승하였다고 한다. 2015년에 채택된 ‘파리협정’의 목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2℃ 보다 훨씬 아래로 유지하고, 나아가 1.5℃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감축하여야 하고, 2050년경에는 탄소중립(Netzero)을 달성하여야 한다는 경로를 2007년에 제시하였다. 우리 정부도 이에 부응하여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 대비 40% 감축’하기로 결정하였다. 어떤 수단을 강구하더라도 지구상의 모든 나라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혁신 및 상용화, 국민인식과 생활양식 변화 등 우리들 삶 자체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따라서 탄소중립 2050으로 가는 여정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수 있다. 단기간에 급속한 산업화를 이룩한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 10위권에 들어있다.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 비율이 80%를 넘는 데다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와 같은 에너지집약 업종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결론적으로 수소에너지 사용의 비중을 높이고 산업 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이고 풍력, 수력, 태양광, 조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원자력 발전이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 관점에서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맞다. 원자력발전소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원자력을 브릿지 에너지(bridge energy)로 활용하면서 미래 신재생에너지 개발도 함께 이루어야 한다. 일찍이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는 “내가 죽은 뒤에 홍수가 나든 말든(Apes moi, le deluge)!”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호기로운 말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참으로 무책임한 말이다. 우리의 후대들에게 아름다운 지구를 물려주고 인류문명을 꽃피우고자 한다면 ‘탄소중립’이라는 노아의 방주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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