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 민관군 협의체에 포항시 합류 놓고 대립
반대위 "주민 보상 줄어 배제해야"
개발위 "사업 추진 위해 포함돼야"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리에 장기면개발자문위원회가 최근 반대위와 국방부가 체결한 양해각서를 원천무효라고 주장하며 현수막을 내걸었다.유병탁 기자.

군이 쏜 총포탄으로 불거진 문제가 주민들 간의 갈등으로 번져 갈수록 심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2019년 포항 수성사격장에서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을 실시하면서 불거진 민·군 갈등이 4년째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방법론을 두고 주민들 간의 서로 다른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민·민 갈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민·관·군 협의체’ 구성이다.

이를 두고 포항 수성사격장 반대대책위원회(이하 반대위)와 장기면 개발자문위원회(이하 개발위)로 두 갈래로 나뉘었다.

우선, 반대위는 ‘민·관·군 협의체’ 구성 시 포항시를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포항 장기면과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포천 로드리게스 사격장 인근 주민들과 만나면서부터다. 반대위는 협의체를 구성하면 ‘관’을 포항시가 아닌 국민권익위원회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위에 따르면 포천 사격장 문제를 두고 주민들과 포천시, 국방부 등이 한자리에 모여 합의점을 도출했지만,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보단 지자체가 원하는 사업들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해 ‘민·관·군 협의체’ 구성 시 포항시를 제외해야 한다는 것.

이에 이들은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주민숙원사업 124개와 공통사업 22개 등 총 146개의 사업안을 전달했을 당시에도 포항시와 별다른 협의하지 않고 진행한 바 있다.

반면, 개발위는 협의체 구성 시 포항시가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방부는 지난달 30일 반대위와 △수성사격장 사격훈련 일시 재개 △주민지원사업 추진 △민·관·군 협의체 구성 노력 등이 담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히자 개발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발위는 이러한 소식을 사전에 듣지 못했고 국방부가 주민 일부에 불과한 ‘반대위’만 대화의 주체로 삼고 있어 민·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면서 ‘사격합의 원천무효’라고 분개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반대위는 장기면 33개 마을 중 26개 마을 이장에게 동의를 받은 단체이며, 이번 양해각서도 26개 마을 이장의 자필서명을 받아 체결했다. 이러하듯 반대위가 대표성이 없다는 주장은 명확한 근거가 없다”면서 “민·군 갈등이 해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주민들 간의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져 가는 가운데 해병대 1사단은 양해각서대로 10일부터 오는 28일까지 3주간 수성사격장에서 박격포와 전차 등 편제화기 사격훈련을 재개하고 있다.

이번 수성사격장 사격훈련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지난 2020년 10월부터 중단된 지 약 30개월 만이다.

△ 반대위, “개발위는 포항시의 배후세력”.

반대위는 민·관·군 협의체 구성을 두고 포항시를 배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협의체에 포항시가 포함되면 숙원사업 등 국방부와 보상책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면민들의 목소리가 점차 작아지면서 피해당사자인 주민들에게 돌아와야 할 실질적인 보상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

포항시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협의체 내에서 지원사업 등 협의가 끝난 이후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하게 되면 관련 중앙부처와 행정적인 절차를 담당하면 된다는 것이 반대위의 입장이다.

이러한 가운데 반대위는 개발위 뒤에 배후세력으로 포항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위에 따르면 지난해 개발위원장과 임원진들이 포항시와 우호적인 사람들로 바뀌면서라는 것.

개발위가 주장하는 협의체 구성 시 포항시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시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반대위를 와해시키기 위한 포항시의 모략이라는 것.

이들은 애당초부터 포항시와 대화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포천 로드리게스 사격장 인근 주민들과 만난 뒤 이를 논의하기 위해 포항시에 시장 면담을 수 차례 요청했으나 만나주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또, 이들은 이번 양해각서도 그렇고 대책위에서 하는 일들은 독단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마을 이장들의 동의를 얻은 후 추진한다고 전했다.

이에 포항시 관계자는 “시장님의 일정이 바빠 면담 요청했을 당시 만나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포항시가 개발위의 배후세력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수성사격장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개발위, “포항시 대변인이라는 주장은 허위사실”.

개발위는 대책위가 주장한 ‘포항시의 대변인’이라는 내용에 대해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구성원들은 장기면에 애향심이 깊고 지역 발전에 노력하고 있는 분들이라는 것. 민·관·군 협의체 구성과 관련해서는 포항시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상 협의가 마무리되면 정부에서 지자체로 예산을 내려줘야 사업이 진행되는 등의 이유로 포항시가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최근 반대위와 국방부가 체결한 양해각서를 두고 주민 전체 의견을 수용하지 않은 체결이라며 ‘원천무효’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반대위는 “주민 대부분이 수성사격장 일시 재개 등 국방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 이번 양해각서 체결은 국방부가 민·민 갈등을 조장한 것”이라면서 “반대위는 사격 재개 등 중대 사항을 두고 양해각서 체결 전, 마을 이장 회의뿐만 아니라 주민총회 등을 개최해 주민들의 입장을 들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마을 주민들이 3년 넘게 길바닥에 나와 농성을 벌인 것들이 헛수고가 될까 우려된다”며 “국방부가 주민들과의 원만한 해결 의향이 있었다면 조속히 민·관·군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반대위와 국방부에 대화를 요청하고 있으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반대위는 자신들의 의견과 다르다고 해서 배제하지 말고, 국방부는 주민 일부에 불과한 반대위와만 소통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유병탁 기자
유병탁 yu1697@kyongbuk.com

포항 남구지역, 교육, 교통, 군부대, 사회단체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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