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불장난하면 밤에 오줌을 싼다’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도 한다. 불이 정서적으로는 흥분과 두려움을 주고 근육과 신경에도 긴장을 주는데, 불을 만지면서 정신을 팔다가 밤에 잘 때 긴장이 풀어져 오줌을 쌀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불장난을 하면 오줌을 싸게 된다’는 말을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불을 가지고 오래 장난을 하면 까딱 실수로 화재를 일으킬 위험이 있으니 함부로 불장난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말일 것이다. 철없는 아이에게 불장난하면 밤에 오줌싼다고 겁을 주어 불장난을 막고자 한 말이다.

한편, 위험한 곳에서 불을 사용하는 행위는 아주 엄하게 금지해야 한다. 기름탱크, 가스 저장소, 화약고 등에서 불을 함부로 취급했다간 크게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대형 산불이나 큰 공장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화재를 비롯해 크고 작은 화재로 인명과 재산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리는 불행을 자초해서는 안 된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일이다.

무력시위나 도발을 불장난이라 이르기도 한다. 전쟁과 관련된 군사적 행위를 일컫기도 한다. 독재자들은 정권 유지의 목적으로 섣부른 불장난을 감행하기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 역시 심각한 불장난이다. 이런 경우의 불장난도 해서는 안 된다. 밤에 오줌을 싸는 정도가 아니라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엄청난 재앙을 가져오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 위험한 불장난이 일어날 조짐이 있다.

불장난에도 사랑의 불장난이 있다. 미성년자들의 일시적인 기분에 휩쓸린 무분별한 사귐이나 성관계를 은유하기도 한다. 미성년자가 아닌 성인이라도 비정상적인 혼외관계의 사귐이나 성행위를 불장난으로 본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사랑의 불장난이 된다. 사랑의 불장난도 역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야구에서 투수에게 주로 사용되는 단어로 투수가 제 역할대로 타자들을 틀어막지 못하고 안타나 볼넷, 몸에 맞는 공으로 주자를 내보내는 행위를 불장난이라 한다. 여기서 심해지면 실점을 하게 되는데 불장난이라는 말대로 팀을 지옥 불에 몰아넣게 된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20일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변경에 반대한다’라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 발언에 대해 대만 문제에 대한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국인 자신들의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뿐이 아니다. 중국의 외교 수장인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불장난’이란 단어까지 거론하며 직접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윤 대통령 발언에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한 데 이어 중국도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우면서 “불장난 땐 타 죽어”라고 용납 안 되는 무례를 범하였다.

말참견은 다른 사람이 말하는데 끼어들어 말하는 짓이다. 대만 문제를 중국 자신들이 해결할 문제라고 우기는 것까지는 이해해 줄 수 있다. 특정인을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불장난 때는 타 죽어” 식으로 표현한 것은 정말 무례한 언사요, 힘으로 제압하려는 처사다. 깡패 두목의 말투다.

불장난은 누가 하고 있는가? 아프리카 수단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불장난을 넘어 대형으로 불이 붙었다. 인명을 대량살상하고, 삶의 근거지를 파괴하고,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다. 불장난하겠다고 연일 엄포를 놓는 자도 있다. 불장난은 어떤 경우에도 재앙을 가져온다. 불장난하지 말고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