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 확대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연합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5월 초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달 방일 때 한일 정상이 합의한 ‘셔틀 외교’가 본격 가동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기사 19면

기시다 총리는 당초 5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끝나고 올해 여름 이후 답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조기 방한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일본 주요 언론은 기시다 총리의 이달 초순 방한이 추진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총리의 취임 후 첫 한국 방문이 5월 7∼8일에라도 실현되는 방향”이라고 전했다.

아사히·마이니치·니혼게이자이신문 등도 “기시다 총리가 5월 초순에 방한해 윤 대통령과 한일 정상회담을 하는 방향으로 조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가 방한에 나서는 것은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양국을 번갈아 오가는 ‘셔틀 외교’를 복원하겠다고 합의한 바 있다. 만일 이번 기시다 총리가 실제 한국에 들르는 경우, 이는 지난 2018년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방한 이후 약 5년여 만이다.

대통령실도 기시다 총리 방한 소식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일정 조율을 위해 논의 중이냐는 질문에는 부인하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실현되면 2018년 2월 아베 신조(1954∼2022) 당시 총리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한 이후 5년 3개월 만에 이뤄지는 일본 총리의 방한이 된다.

기시다 총리는 조기 방한을 통해 한일관계 개선에 더욱 속도를 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기시다 총리가 한국 방문을 계기로 일본의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언급할지 주목된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6일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에 호응해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밝혔다.

1998년에 발표된 김대중-오부치 선언에는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한 일본의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가 담겨 있지만, 기시다 총리가 이런 표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아 일본 측의 호응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한국 내에선 일본 측의 명확한 사죄가 없다는 비판이 있어 이번 회담에서도 총리가 어떻게 말할지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한 때도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언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교도통신은 “총리는 자민당 보수파의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 한국 측의 요청(성의 있는 호응)에 응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분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기시다 총리가 방한 기간에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에 대한 ‘성의 있는 호응’ 차원에서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언급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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