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진 소설가
임수진 소설가

유명 연예인 부부의 깻잎 논쟁을 흥미롭게 지켜본 적이 있다. 사건의 발단은 가수 이무송, 노사연 부부가 식사하러 갔는데, 그 자리에 노사연 씨의 여성 후배가 동석했다. 함께 식사하던 중 후배가 깻잎을 집었는데 잘 떼어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걸 본 이무송 씨가 젓가락으로 깻잎을 눌러주었는데, 그 일로 노사연 씨가 화를 냈다고 한다.

게스트와 네티즌의 반응은 엇갈렸다. 어째서 그게 부부 싸움으로 번질 일이냐는 쪽과 깻잎은 절대 눌러주면 안 된다는 이들의 주장이 맞섰다. 아이러니한 건 남성들은 도와줘도 괜찮다, 여성들은 기분이 나쁘다는 쪽이 많았다. 어느 남성 출연자는 여러 장을 먹으면 짜니까 한 장을 떼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가 다섯 장을 먹든 열 장을 먹든 왜 딴 사람에게 신경을 쓰느냐는 여성 출연자의 공격을 받았다.

사실 깻잎은 단지 깻잎일 뿐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상황이 왜 감정싸움으로 발전을 하였을까? 여기에는 남자와 여자의 뇌가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문제를 두고도 남녀 생각의 차이는 크다. 남자는 보이는 것만 보지만 여자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이를 두고 뇌과학자들은 남자의 뇌는 논리나 체계를 이해하는데 적합하고 여자의 뇌는 양육을 잘하기 위해 공감과 의사소통에 더 유리하게 진화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시 깻잎 이야기로 돌아가면 사실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깻잎을 눌러 주는 건 아무 일이 아닐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 몹시 불편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이 논쟁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김대수 교수가 뇌과학적으로 재미있게 분석해 주었다. “절임 깻잎은 서로 딱 붙어 있어요. 운명적으로 붙어 있는 깻잎을 떼는 데는 다섯 손가락이 모두 사용됩니다. 이 동작이 테라헐쯔(THz)단위의 신경이 개입하는 고도의 몰입이 필요한 행동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덧붙여 김 교수는 뇌가 가진 최고의 기술을 사용하여 떼어 낸 깻잎을 한 장은 상대가 먹고 한 장은 눌러 준 사람이 먹으니 사랑하는 아내나 애인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고 하여 폭소를 자아냈다. 사실 이런 질투의 감정은 상대가 누구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질투의 감정은 사랑을 전제로 할 때 생긴다. 사랑하지 않으면 깻잎을 밥 위에 올려주든 쌈을 사 주든 관심이 없다.

질투라면 결혼의 여신 헤라를 빼놓을 수 없다. 제우스는 강의 신 이나코스의 아름다운 딸 이오에게 반해 먹구름으로 변신하여 사랑을 나누다가 헤라에게 들켰다. 급한 상황에서 제우스는 이오를 암소로 만들었는데, 사실을 안 헤라는 암소를 선물로 달라고 해서 눈이 백 개나 달린 거인 아르고스를 시켜 감시하게 한다.

제우스의 또 다른 애인인 칼리스토는 곰으로 만들었고 카드모스의 예쁜 딸 세멜레를 만날 때는 제우스가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다는 걸 눈치챈 헤라는 세멜레의 옛 유모로 변신하여 세멜레로 하여 제우스를 의심하게 만들어 결국 천둥과 번개에 타 죽게 만들었다. 그때 세멜레는 임신 중이었는데 제우스는 그녀의 뱃속에서 다급히 태아를 꺼내 자신의 허벅지에 넣고 꿰맸다.

제우스의 애인들에게 잔인했던 헤라의 질투만큼은 아니지만, 남자와 여자의 언어가 다른 만큼 무심코 한 행동으로 두고두고 바가지 긁힐 수 있으니 남성들이여. 아내나 애인 앞에서는 앞에 앉은 여성이 깻잎을 못 떼 낑낑거리더라도 과한 친절은 잠시 내려놓으시고 옆에 있는 분에게만 집중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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