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삼세 번’이란 말을 자주 한다. ‘무슨 일이든 세 번은 해 봐야 한다’는 뜻도 있고, 세 번 정도 하게 되면 실수(失手)를 없앨 수 있다는 의미, 실수해도 후회 없다는 의미로도 풀이할 수 있다. 그래서 재판도 삼심제도가 있다. 가마솥의 발도 세 개다. 카메라 받침대도 삼발이다. 다리가 세 개인 것은 어디에 두어도 절름발이가 되지 않는다. 두 개의 점을 이으면 선(線)이 생기고, 세 개를 이으면 하나의 평면만 생긴다. 그래서 3은 완전함을 의미한다.

한자에 三이란 글자는 一 위에 二를 얹었다. 막대기 개수가 세 개다. 3이란 숫자는 양과 음이 합쳐져 많은 수로 나아가는 첫 번째 숫자가 된다. 음양(陰陽)이 하나로 되어 생물학적으로는 자손(子孫)의 생산(生産)을 뜻하기도 한다. 무궁화 삼천리가 우리 민족의 터전이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 신라의 불탑이 대부분 삼층석탑이다. 3층으로 탑을 완성한 것이다. 완성되었음을 의미한다.

단군신화에도 3(三)이란 수(數)가 여러 번 나타난다. 천부인(天符印) 세 개, 비·구름·바람이 나오고, 삼칠일이 나온다. 토속신앙에도 ‘삼신할미‘라고 하는 세 명의 신(神)은 아기를 점지하여 낳게 하고. 잘 자라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아기가 태어나도 세이레(三七日) 금줄을 쳐 외부와의 접촉을 통제했다. 면역력이 약한 갓난아기를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고, 부정 타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처럼 3이란 수는 완전함을 지향한다.

삼(3)을 좋아하는 예는 많다. 만세삼창, 부모의 상(喪)도 삼년상, 서당 개도 3년이 되어야 풍월을 읊는다. 귀머거리 삼 년, 벙어리 삼 년, 눈 봉사 삼 년의 석삼년이 되어야 시집살이가 완성된다. 사진을 찍어도 하나, 둘, 셋이다. 회의 석상의 의사봉도 세 번 두드리면 끝이다. 과거·현재·미래나 전생·본생·내생이 시간의 완결이다. 이처럼 3이란 수는 완성 또는 종결의 의미를 지닌다.

수(數)에는 좀 꺼리는 숫자가 있다. 4(四)이다. 죽을 사(死)자와 음이 같아서다. 그런데 4는 지상의 세계를 뜻하는 수라고 한다. 조물주가 4를 염두에 두고 만물을 창조하였다. 완전한 상태를 묶어 망라하는 숫자다. 전체성과 질서를 상징한다. 동서남북 기본방위와 춘하추동 계절의 구분이 그러하다. 4라는 수를 기피(忌避)할 까닭이 없다.

야구의 4번 타자. 물·불·흙·공기의 4원소설. 4면이 있어야 입체가 이루어진다. 사방팔방, 사통팔달로 막힌 곳이 없어야 한다. 기독교에는 예수의 가르침과 생애에 관하여 기록한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으로 네 가지 복음서가 있다. 불교에서도 생·노·병·사의 사고(四苦)가 있고, 사찰에 들어가면 4천왕이 눈을 부릅뜨고 맞아준다.

세계 4대 문명 발상지가 있고, 우러러 추앙하는 세계 4대 성인이 있다. 청룡(동), 백호(서), 주작(남), 현무(북)의 4령(四靈)도 있다. 측은지심(仁), 수오지심(義), 사양지심(禮), 시비지심(智)의 사단(四端)이 있다. 사주(四柱)로 길흉화복을 점치고, 사지(四肢)가 멀쩡한 사람이 온전한 사람이다. 4라는 숫자에 완전함, 공정함, 안정감이 있다.

이처럼 3은 다수, 창조, 통합, 완성을 뜻한다. 처음-중간-끝, 탄생-삶-죽음 전체의 의미로 쓰인다. 4는 질서, 번영, 안정의 이미지를 지닌다. 4면이라야 입체 공간이 구성된다. 안정과 질서 위에 번영이 이루어진다. 3에 4를 합하면 성스러운 수 7이 된다. 3을 고집하거나 4를 고집하지 말고, 3 + 4 = 7이 되는 무지개 세상을 만들어 보자. 간호법도 슬기롭게 해결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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