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에 충격적인 판결 하나가 나왔다. 이른바 ‘구미 3세 여아 사건’이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가 지난 18일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제기한 상고를 기각했다. 3세 여아 사건의 친모가 자신이 낳은 아이와 20대 딸이 낳은 아이를 바꿔치기 했다는 혐의(미성년자 약취)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한 것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인데 핵심 의문점이 풀리지 않은 채 영구 미스터리로 남게 돼 검·경의 수사 한계를 드러냈다는 말이 나온다.

병원에 있던 신생아를 언제, 어떻게 바꿔치기 했는지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했다. 앞선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사망한 아이 친모 석모(50)씨의 미성년자약취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사체은닉미수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이 사건은 구미의 한 빌라에서 3살 난 아이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처음에 아이의 외할머니로 추정됐던 석씨가 유전자 검사 결과 아이의 친모라는 충격적 사실을 발표했다. 검찰은 석씨가 2018년 3월 말~4월 초 구미의 한 산부인과 의원에서 둘째 딸 김모(23) 씨가 낳은 아이를 비슷한 시기에 자신이 남몰래 출산한 아이와 바꿔치기해 빼돌렸다는 결론을 내리고 미성년자약취 혐의를 적용했다.

또 2021년 2월 9일 딸 김씨가 살던 빌라에서 바꿔치기한 아이가 숨진 것을 발견하고 시신을 암매장하기 위해 박스에 담아 옮기려고 한 혐의(사체은닉미수)도 추가했다. 이에 대해 석씨는 사체 은닉 미수에 대해서는 죄를 인정했지만 자신은 출산한 사실 자체가 없고, 아이를 바꿔치기한 것은 더욱 아니라며 부정했다.

1·2심 재판부가 석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8년을 선고했지만 지난해 6월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99.999% 아이가 석씨의 친자라는 유전자 검사 결과를 증거로 제출했지만 아이 바꿔치기 혐의에 대한 구체적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취지였다. 결국 미성년자약취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났고, 석씨가 풀려났다. 판결 결과를 놓고 보면 애초에 검·경이 유전자 검사 결과에 따른 확증 편향성을 보였거나 약취 혐의를 뒷받침 할 증거를 찾지 못한 수사의 한계를 보여 준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대법원 판결에도 이번 사건에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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