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문화회관장
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문화회관장

은방울 자매의 ‘마포종점’노래가 유행하던 시절 전차가 지금의 지하철 전신 때 인생 이야기다. 최초의 지하철 서울역-시청-종로-동대문-청량리 1호선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에 개통됐다. 그때 국립극장에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 도중 총격에 육영수 여사 서거했다.

전차의 오가는 기착지 마포종점은 1968년 발표한 노래로 은방울 자매가 불렀다. 정두수 작사 박춘선 작곡한 곡이다. 마포종점은 1907년부터 1968년 11월 30일까지 운행되었던 전차의 종착역을 말한다. 전차가 마포에 종착하여 마포종점이란 말이 생긴 것이다.

마포종점은 서글픈 사연이 담겨 있다고 한다. 젊은 부부가 마포종점 근처에서 사글셋방을 얻어 살았다.

남편은 공부를 위해 멀리 떠났지만, 너무 힘들어 그만 숨을 거두고 만다. 여인은 홀로 남아 남편을 기다리지만 돌아오지 않는다. 나중에 돌아가신 것을 알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주 전차가 오는 시간에 마포종점을 찾았다고 한다. 어느 날 들렀던 설렁탕집 주인에게 작사가인 정두수가 사연을 듣고 노래로 만들었다 한다.

종로 대입 입시학원에 재수할 때다. 왕십리 이모님 집에서 도시락 싸 들고 전차를 타고 다녔다. 올 때는 시간이 많아 걸어도 다녔다 그 당시 서울 인구 4백만명 대구는 80만명으로 지금의 절반도 안 되어 덜 복잡하여 공기가 깨끗하여 걷는 사람 많았다. 버스는 빠르지만 숨 막히는 콩나물시루다. 여자 차장이 많이 태우려고 밀어붙이고 버스문짝을 ‘탁탁’ 치며 ‘오라이’ 하면 시루떡 된다.

느리지만 전차를 타니 한산하다. 대부분 거동 불편한 노인들이다. 만원버스 타다가 다칠까 봐 이용한다. 학원 마치면 땅거미가 진다. 길 양쪽 학원가 음악다방 빵집에서 사이크델릭한 팝송이 울려 나온다. 경쾌한 ‘하 하 하 뷰티풀 선데이 beautiful sunday’ 하며 따라 부르며 지난다. 거리에는 장발 미니 선남선녀가 기타를 매고 다닌다. 내년에는 나도 미팅하겠지, 넋두리에 마음이 붕 뜬다.

종로에서 왕십리 방면 전차 타려고 하다 돈이 아까와 걷기로 작심했다. 사는 사람 보며 걷는 것도 인생공부다. 을지로로 돌아 을지로 6가 오니 허리우드 극장이다. 초저녁인데도 줄 섰다. 암표상들도 한몫 챙긴다고 소문이 돌지만 학원생인 나는 돈이 없어 극장표는 하늘의 별 따기다. 극장 지붕에 대문짝만한 그림 광고를 보며 나름대로 공짜 구경했다. 제목과 그림을 보면 내용물 다 나온다

동대문을 지나면 신당동시장 이다. 지하상가 채소 과일 어물 침 흘리며 눈요기하며 올라서서 얼마 걸으면 한양중고교 돌아서면 네거리에 왕십리 전신전화국이 있다. 주말 교환을 통하여 경상도 상주집에 안부 장거리전화를 밤에 걸면 할인해 준다고 줄 섰다. 전화국 뒤가 대망의 이모 집이 이었다. 학원하고는 20리(8㎞)가 된다. 걸으니 2시간 그 덕인지 칠순이지만 장딴지는 단단하고 통통하다. ‘왕십리 하면 전차’‘ 전차하면 마포종점’‘마포종점 하면 구슬픈 노랫말 사연 알았으면 당장 내일 성모당 성직자 묘역 추모기도에 또 걸어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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