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대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백승대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최근에 더불어민주당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일부 강성지지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많은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송영길 전 대표의 측근들이 2021년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 과정에서 돈봉투를 돌린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투쟁한 민주당의 전통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최근 코인 투자를 둘러싸고 드러난 김남국 의원의 민낯은 더욱 경악스럽다.

김남국 의원이 누구인가? 지난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액’ 현황을 보면 김 의원은 지난해 3억3014만 원의 후원금을 모아 후원금 전체 1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후원금 모금과정에서 그는 “후원금이 텅텅 비었다. 청년 정치인은 후원금 모금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고 호소하는 글을 온라인 상에 올린 바 있다. 이런 내용의 호소글을 낸 사람이 이름도 잘 모르는 코인에 거액을 투자한다? 이건 도저히 정상적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더구나 국회의원 신분으로 재산 증식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은 일반 시민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그는 핼러윈 참사를 논의한 작년 11월 7일 국회법사위원회 회의 중에도 위믹스 등의 코인을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것만 봐도 그의 코인 거래를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을 둘러싼 여러 추문들에 대해 김종민 의원이나 박광온 원내대표 등 당 내부에서도 쓴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추문의 당사자들을 감싸는 당 내부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 같다. 양이원영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은 “코인투자가 비도덕적인가” “진보는 돈 벌면 안 되는가” “민주당은 도덕주의가 너무 강하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런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더불어민주당의 당 이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 이름은 그 정당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직면한 지금 상황은 당 정체성의 위기를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의 당명은 ‘더불어’와 ‘민주당’을 합성한 것이다. ‘더불어’는 ‘함께’를 의미한다. 적어도 ‘더불어’를 당 이름에 붙인다는 것을 보면 공동체를 지향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 당의 정강에도 그런 지향성이 나와 있다. ‘더불어’라는 공동체 지향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배려와 양보, 염치와 자기희생이 따라야 한다. 사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인 정당이 ‘더불어’라는 가치를 지향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거나 호의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은 ‘더불어’라는 가치에 동의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를 내세우기 위해서는 보다 엄격한 윤리 기준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김남국 의원의 행태는 분명 ‘더불어’라는 가치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민주당’이라는 당명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편으로 한국 민주주의를 수호한 정통성을 지닌 정당이라는 것을 함축한다. 멀리는 제1공화국 시절의 신익희, 조병옥 같은 거물 정치인을 비롯하여 가까이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한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정당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가 과연 이들 지도자의 가치지향과 부합하는지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민주당’이라는 당명은 열린 정당으로 나아가는 것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돈봉투 사건이나 김남국 의원 사건을 통해서 나타난 양상은 더불어민주당의 의사결정이 ‘개딸’ 같은 강성지지자들의 발언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강성지지자에만 매달리면 민주당은 닫힌 정당으로 갈 수밖에 없다. 강성지지자들은 일종의 부족집단(tribe group)이라고 할 정도로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위기 상황을 현명하게 극복하여 당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정당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들만의 부족당’으로 전락하지 않고 이름 그대로 ‘더불어민주당’으로 전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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