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연두색 고운 신록이 진하게 녹음의 그늘을 드리우는 여름이 왔다. 참 잘도 바뀐다. 어김없이 바뀐다. 나이가 들면 세월이 시속 100Km 이상 달린다더니 세상이 빨리도 바뀐다. 모심기가 언제 끝났는지 온 들판이 퍼렇다. 단순한 바뀜이 아니라 변화(變化)다.

박목월 시인의 시 <청노루>의 계절이 벌써 지나가 버렸다. “머언 산 청운사(淸雲寺)/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紫霞山)/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 나는 열두 구비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이라 노래했다.

시인의 눈(眼)이 청운사-자하산-느릅나무-청노루-맑은 눈-구름 순으로 이동한다. 청운사에서 시작해 청노루의 눈까지 ‘원경에서 근경’으로의 이동이다. 시선의 이동에 따라 대상이 탈세속적, 환상적으로 바뀌어 간다. 대상의 바뀜에 따라 분위기가 바뀐다. 시선의 이동과 대상의 바뀜(變)을 통해서 ‘이상적인 세계의 평화와 아름다움’을 창조(化)해 낸다.

금선탈각(金蟬脫殼). 황금빛 매미가 허물을 벗고 날아간다는 뜻이다.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다. 매미의 수컷은 울림 판, 암컷은 산란관이 있다. 우는 매미는 수컷이다. 듣기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은 참매미이고, 듣기 거슬리는 매미는 말매미이다. 어떤 매미든 그 일생과 변태(變態) 과정은 같다.

매미는 알에서 깨어나 6년간 땅속에서 굼벵이로 살면서 4번의 탈피과정을 겪는다고 한다. 7년째 되는 해 땅 밖으로 나와 나무 위에서 마지막 허물을 벗는다. 허물을 벗어(脫殼) 몸이 변하고, 날개를 펼치는 우화(羽化) 과정을 거쳐 비로소 날아오른다. 금선탈각(金蟬脫殼)이다.

날개를 달고 날아오른 매미는 2주 동안 교미를 하여 알을 낳고 죽는다. 매미는 굼벵이로 땅속을 기어 다니며 살았다. 무려 6년이다. 네 번이나 허물을 벗었다. 7년째 드디어 탈을 벗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른다. 네 번의 허물 벗음은 탈피였고, 마지막 다섯 번째가 탈각, 우화등선(羽化登仙)이다. 그야말로 질적인 변화이다.

변화(變化)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지만, 변(變)과 화(化)는 다르다. 변(變)은 누에가 나방으로 우화(羽化)하기 위해 고치를 지으며 변태를 하는 과정이다. 화(化)는 왼쪽의 사람(人)과 오른쪽의 사람(匕)으로 구성된 글자로 왼편은 살아있는 사람, 오른편은 죽어있는 사람으로 완전히 달라진 결과를 의미한다. 완전한 성충으로서의 나방이 된 것이다. 살아 숨 쉬는 세계가 달라진다.

주자는 중용의 변화를 풀이하면서 ‘변(變)’이 ‘화(化)’로 가는 과정(變者化之漸)이라면 ‘화(化)’는 ‘변(變)’의 결과(化者變之成)라고 하였다.

굴지구인 불천물연(掘至九인 不泉勿捐). 아홉 길이나 팠는데 샘물이 솟아나지 않아도 그만두지(포기하지) 말라는 뜻이다. 고려 시대 영암사(靈巖寺)라는 절에 우물을 파는데 막상 파 내려갈수록 땅이 단단하고 물이 나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낙숫물로 바위를 뚫는 격이라며 비웃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파 내려갔다. 백 척에 이르렀을 때 물이 펑펑 솟았다. 고려 때 학자 이곡(李穀)이 그 사연을 듣고 감동하여, 우물을 마시는 사람들에게 권면(勸勉)하고자 우물 벽에 새긴 글이다.

아흔아홉 척까지 깊이 파도 물이 나오지 않으면 변(變)이다. 백 척으로 물이 펑펑 솟아야 화(化)를 이룬 것이다. 미꾸라지가 용이 되고,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도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을 다하여 화(化)를 이루어서 용이 된 것이다. 한 삼태기 흙이 모자라는 우를 범하지 말자. 마지막 점검이 있고서야 누리호의 아름다운 승천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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