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인문학은 사람을 이해하고자 공부하는 학문이다. 흔히 ‘문사철’로 일컫는 문학·역사·철학을 이른다. 이는 지성인이 갖출 기본적 교양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혹자는 인문학을 사치재로 규정한다. 수요자가 중장년층이란 이유다.

근래 보도된 칠곡의 어느 도예가 사례를 보면 일리가 없진 않다. 60대 중반 도자기 매력에 빠진 여성이 일흔 나이에 첫 전시회를 열었다는 내용. 그 아름다운 후반부 열정에 갈채를 보낸다. 물론 나는 그런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질문명이 삶을 채워주지 못하기에 인문학을 찾지 않을까.

건강한 신체를 위해 운동이 중요하듯이 깨인 정신을 위해 인문학이 필요하다. 작금 인문학의 위기를 거론하는 사람이 많다. ‘문송합니다’는 취업이 어려운 문과생이 스스로 자조하는 말투.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자괴감을 품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직면한 인문학 처지를 은유한다.

12세기 유럽엔 새로운 교육기관인 대학이 생겼다. 예전과 달리 몇 가지 특성이 있었다. 학생 교육에 교과 과정을 마련해 능력을 인증하는 학위를 수여한 것도 그중 하나다. 이는 현대 대학도 따르는 중세 유산이다.

초기엔 아리스토텔레스 자연철학 중심으로 인문과학 학부가 구성됐다. 법학과 의학 같은 고급 과정을 듣고자 반드시 수료했기에 모든 대학이 채택했다. 15세기 르네상스가 태동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 권위가 무너졌다. 수많은 오류가 드러난 탓이다. 대학은 직접 자연 세계를 관찰 연구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인문학 중에서 문학은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물론 노래로 부르면 음악이 되고 그림으로 그리면 미술이 된다. 시·소설·수필·희곡은 대표적 문학 장르. 고전적 3분법에 의하면 시는 서정시와 서사시 그리고 극시로 나눈다. 오늘날 서사시는 소설이 되었고 극시는 희곡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흔히 말하는 시는 서정시를 가리킨다. 서정은 ‘감정의 표현’이란 의미다.

중국사는 시대별 문장 스타일로 설명하기도 한다. ‘한부·당시·송사·원곡’이 그러하다. 명대엔 소설이 유행했다. 4대 기서로 불리는 수호전과 삼국지연의, 서유기와 금병매가 널리 읽혔다. 한나라 문학 장르인 부는 운문 형식을 가미한 산문. 건안문학을 이끈 조조 삼부자가 유명하다.

조조는 정치적 성취보다도 시를 높이 평가받는 문무겸전 인물. 자부심이 대단해 자신의 문학을 모욕한 문사인 공융과 양수를 처단할 정도였다. 송나라 최고 시인은 단연 소동파. 빼어난 문필 때문에 모함을 받았고 유배를 전전했다.

당나라 시는 정형화된 기법을 가졌다. 이백과 두보는 중국을 상징하는 문학가. 젊은 시절 검객으로 활동한 이백은 매력적 캐릭터를 지녔다. 두보는 그를 ‘주중선’이라 평했다. 이는 술을 벗삼아 세상사 태평한 사람을 이른다. 양귀비가 최고의 후궁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시인 백거이가 지은 ‘장한가’ 덕분이다.

일전 시내버스를 탔다가 감동적 장면을 만났다. 그것은 버스라는 공간에서 벌어진 진짜 버스킹. 교차로 신호 대기 틈틈이 버스 기사님이 시를 낭송해 들려준 것이다. 정호승 시인의 ‘햇살에게’는 인생을 바꾼 시라고 소개했다. 박노해 시인의 ‘겨울 사랑’도 읊었다. 우리는 박수로 감사를 표했다. 아마도 그분은 자신의 직업을 천직으로 여길 것이다. 그런 마음이 세상을 밝히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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