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푸른 하늘을 만들어 줘요. 새하얀 뭉게구름 두둥실 예쁜 새 모여 노래 부르는 저 파란 숲 속 나라도 만들어 줘요. 아빠가 만들어 주시나요. 엄마가 만들어 주실까. 아니야 우리가 해야 하죠. 우리가 푸른 세상 만들어요. 푸른 씨앗 되어 푸른 숲을 만들어 보자. 우리가 푸른 바람 되어 저 하늘도 더 푸르게 하자.”

‘푸른 세상 만들기’라는 동요다. 대중가요에 익숙해져 가는 아이들에게 율동의 진짜 재미를 알려주는 참 신나는 곡이다. 노랫말이 참 푸르다.

지금 세상은 옛날 세상과 다르다. 사람들도 다르다. 옛날 사람들은 농경문화 사회에서 힘들게 일을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철든 사람같이 보였다. 현대인들은 질이 떨어져 보인다.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이 있다. 상업적이다. 신실함이 부족하다. 부정·부조리가 만연되어 있다. 철이 덜 든 것 같고 어른과 아이의 구분이 너무 없다. 왜 그럴까 교육의 문제, 시대의 문제인가.

요즘 각 방송국에서 미스 및 미스터 트로트 가수 발굴 및 흥행 잔치로 대중들의 혼을 몽땅 빼고 있다. 짜증 나는 일이 많은 세상에서 신선한 탈출구가 된다.

방송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높이고 발탁된 가수들을 유명 가수로 만들고 돈방석에 앉힌다. 피라미, 미꾸라지에서 일약 날개를 달고 용이 되어버린다. 힘들고 짜증스러운 세상을 잊고 즐길 수 있어 나 자신이 매번 빠져든다.

한편, 씁쓰레한 느낌이 든다. 아무리 노소동락이라지만 초등학생 이하의 어린이와는 잔치나 축제가 따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모세의 인솔로 이집트를 벗어난 후 황야에서 흥청망청하다가 하나님의 노여움을 사지 않았는가. 그래서 십계명을 받아 정신을 차렸었다.

9살, 10살 아이가 춰야 할 춤과 몸짓이 있고, 추구해야 할 꿈이 있어야 한다. 돈과 인기가 꿈이어서는 아니다 싶다.

꿈나무가 꿈을 오래 꾸지 않고 단번에 우람한 나무가 되어버린다. 부모 없이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학생이 1년 만에 엄청난 부자가 되었단다. 별로 좋게 들리지 않는다.

작고하신 송해 선생님이 일등남편이라는 말도 있었다. 늙어서도 돈 잘 벌어오고, 특산물 선물 받아오고, 일주일에 삼사일은 집을 비워서 좋단다.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인 것 같아 씁쓰레한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의 자질을 일찍 발굴하여 인재로 양성하는 것, 꿈나무들이 더 좋은 꿈을 꾸게 하고,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길러가는 일은 아주 소중하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을 때가 있다.

너무 일찍 인기에 몰입하도록 만들고, 뒤에서 조종하는 보호자의 조종에 따라, 돈을 따라 웃고 우는 모습은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고 하지만 아니다 싶을 때가 많다.

어린 아기 가수들의 절절한 사랑 노래를 듣고 즐기는 건 같은 또래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다. 어른들의 노리개인 것이다. 방송국의 시청률을 높이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 같다.

법정 스님은 세상에는 공것도, 거저 되는 일도 없다고 했다. 어떤 형태의 삶이건 그 삶의 차지만큼 치러야 할 몫이 있는 법이라 했다.

크면 클수록 많으면 많을수록 치러야 할 몫도 크고 많을 수밖에 없단다. 아이들이 짊어질 짐이 없이 가벼운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우리가 푸른 세상 만들어요. 푸른 씨앗 되어 푸른 숲을 만들어요. 우리가 푸른 바람 되어” 동요처럼 사는 아이가 되었으면 싶다.

이 풍진 세상은 좀 천천히 알았으면 좋겠다. 푸른 세상 속에서 푸른 꿈을 꾸며 푸르게 자라는 어린이.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