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유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6월 5일 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부로 승격 공식 출범했다.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보훈,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분들을 존중하고 기억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한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더욱 우러러 받든다고 한다.

유월은 감사하는 마음이 초록의 물결을 타고 너울너울 춤을 추는 달이다. 미움은 잊고 은혜는 가슴에 새기는 너그러움의 계절이다. 푸르름이 가득한 유월엔 미움도 녹여버리고, 오해도 풀어버리고, 욕심도 놓아버리고, 사랑과 이해와 배려와 용서로 아름다워져야 하는 달이다. 다가올 더위를 생각지 말자.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원하게 유월을 보내자.

“봄꽃 다 져버린 숲 속에도 향기 은은하게 여전하듯, 나 또한 향내 나는 사람이게 하소서. 청보리 푸른 물결이 황금 물결 되어 출렁이는 유월. 나 또한 바람 따라 출렁일지라도 꺾여지게 마옵소서. 내 영혼에도 시시때때로 이른 비와 늦은 비를 허락하시고 밝은 햇빛으로 보듬어 주소서.

나 이제 여물어가는 청보리가 되게 하소서. 가라지를 뽑아낼 때 나 또한 뽑혀 나가지 않게 하시고, 오직 섭리 따르게 하시고, 알곡 되어 곡식 창고에 들어가게 하소서. 푸르름이 짙어가는 숲 그늘에 서면 내 소망도 더욱 푸르러지게 하옵소서.

유월에는 휘날리는 저 태극기를 다시 한번 보게 하소서. 유월의 푸른 산 능선에 서거든, 고개를 숙이게 하소서. 어느 능선 풀 섶 우거진 골짜기. 해진 군복에 철모 눌러쓴 무명용사의 피와 땀이 지금도 배어 있을 듯. 유월이여 그날을 잊지 않게 하소서. 아름다운 이 강산 후손에 물려줄 아름다운 산하 피땀으로 이룬 이 나라 자랑스럽게 여기게 하소서.” 어느 시인의 간절한 기도다.

숲이 우거지는 계절 초록의 계절이여, 눈부신 색깔로 내 영혼 푸르게 물들여 주시어 온 세상 비추는 푸른 등 되게 하소서. 삶과 죽음이 오가는 고달픈 세상살이지만 늘 푸른 이파리들의 초록 향기 가지고, 사랑의 푸른 끈 놓지 않고 살아가게 하소서. 매 순간 감사가 넘치는 삶이 되게 하소서. 푸른 향기가 지천인 초록의 계절이여. 내 작은 가슴에 푸른 향기 가득 심어 초록 향기 필요한 자들에게 맘껏 나눠주는 6월 되게 하소서. 숲이 여물어지는 초록의 계절이여.

한해를 헤아리는 달(月) 이름에는 정월과 동짓달과 섣달만 달 이름이 따로 있고 나머지는 숫자 차례로 이름 지어졌다. 그중 6월이 유월로 10월이 시월로 입성의 받침을 탈락시키고 부드럽게 바꾸었다. 10월이 상달로 하늘과 조상에게 감사의 제를 올리는 달이듯이, 6월은 사랑의 빛으로, 감사의 빛으로 날마다 새롭게 살자는 달이다. 6(육)월이 아닌 유월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부드럽게 살아야 한다.

녹음 짙어져 가는 유월, 초록 향기, 초록 에너지, 초록 잎사귀가 풍성한 유월은 생명력이 넘치는 계절이다.

왕성하게, 충만하게 베풀어지는 계절이다. 유월의 햇볕은 언제나 넉넉함을 안고 있다. 유월은 뭉게구름이 보이기 시작한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이다. 가는 봄을 하직하고, 오는 여름을 반갑게 맞이한다. 아등바등하지 않는다. 더운 여름이 올까 봐 지레 겁을 먹지 않는다. 다가올 더위도, 장마도 우리의 삶으로 껴안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자.

느티나무는 나이 들어도 푸른 기품 잃지 않고 넉넉하게 그늘을 드리운다. 우리도 이웃에게 그늘을 드리우는 한 그루 나무가 되자. 희망과 용서로 출렁이는 작은 바다가 되자. 공자의 인(仁)도, 석가의 자비도, 예수의 사랑도 용서(恕)로 일이관지(一以貫之)한다. 유월은 감사와 용서의 달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